닻 올린 HD현대 ‘정기선호’…마스가·SMR 드라이브
정기선, 회장 승진…HD현대, 오너 3세 체제
‘투톱’ 권오갑 퇴진…경영 일원화·세대 교체
조선·SMR 등 전략사업 경쟁력 강화 본격화
낮은 지분율과 상속세…경영권 승계 과제로
2025-10-17 16:30:18 2025-10-17 17:10:13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HD현대 그룹의 오너 3세 경영이 시작됐습니다. 이에 그동안 권오갑-정기선 ‘투톱 체제’를 유지해온 HD현대는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혁신과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기선 HD현대 당시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 리셉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17일 HD현대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하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지주사인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 대표도 맡습니다. 이로써 정 회장은 지주사와 중간지주사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 경영 체제를 완성하게 됐습니다. 
 
이번 인사는 경영승계 본격화와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 정 회장의 승진에 따라 권오갑 회장과의 경영 투톱 체제에도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어온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납니다. 
 
권 회장의 퇴진으로 HD현대는 30여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래 그룹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권 회장은 2018년부터 경영 전반을 지휘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특히 정 회장과 투톱 체제를 통해 승계 기반을 마련해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조기에 회장 타이틀을 거머쥔 점 등을 고려하면 권 회장의 퇴진이 투톱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급변하는 조선업 환경과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신속히 대응 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오너 중심 경영 체제로의 정상화이자,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 일원화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높아져 신규 사업 진출과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기선 HD현대 당시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
 
일원화된 의사결정 구조와 통합 경영 체제를 구축한 정 회장은 우선 조선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HD현대는 지난 8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결정했으며, 통합 법인은 오는 12월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1위 중·대형 조선사 간 합병 시너지를 통해 방산·특수선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수주 확대와 기술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집중해온 신사업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 회장은 수소와 AI(인공지능) 등 그룹의 미래 전략 사업을 직접 주도해왔으며, 특히 SMR 분야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정 회장은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와 지속적으로 회동하며 협력 관계를 다져왔고, 테라파워와 함께 SMR 핵심 설비 개발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다만, 완전한 승계와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현재 6.12%로, 2018년 지주사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왔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향후 관건은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6.6%)의 지분을 얼마나 원활하게 승계하느냐입니다. 상속세 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추산되며, HD한국조선해양의 배당금 등을 활용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를 두고 경영환경에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명현 대한조선협회 협회장은 “정 회장이 이미 실무 차원에서 주요 전략적 결정을 주도해온 만큼, 경영상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30여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권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일시적인 공백이 우려되지만, 권 명예회장의 지속적인 조언과 핵심 경영진의 안정적인 지원이 이어진다면 큰 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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