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새판짜기)(단독)⑦'내가 광고제작 심사를?'…언론재단 '엉터리 위촉'
당사자 동의도 없이 '심사위원 위촉'…확인된 것만 최소 2명
법조계 "이름·번호·메일주소 등, '개인식별' 가능한 개인정보"
언론재단 '과거부터 관행' 핑계…심사위원 풀 구성 기준 시급
2025-10-20 06:00:00 2025-10-20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정부광고를 기획·제작하는 광고협력사 선정을 위해 심사위원 풀을 꾸릴 때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도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언론재단이 위촉한 심사위원 명단을 확인한 결과, 당사자도 모르게 심사위원에 임명된 사람은 확인된 것만 2명입니다. 이들은 풀에 포함된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본인이 심사위원에 위촉된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사위원 풀에는 이름과 소속, 개인 연락처,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겨있는데, 본인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던 겁니다.  
 
정부광고 대행기관인 언론재단은 '정부광고업무시행지침' 10조에 따라 정부광고주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그를 대신해 광고 기획·제작 등을 맡길 광고협력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언론재단은 광고협력사를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고자 심사위원 풀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풀 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18일 <뉴스토마토>가 양문석 민주당 의원실이 언론재단에서 제출받은 '정부광고 협력사 심사위원 풀'을 취재한 결과 246명 중 최소 2명은 당사자 동의를 없이 심사위원에 위촉된 걸로 확인 됐습니다. 말그대로 '내가 심사위원인지 나도 몰랐다'인 꼴입니다.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10월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인의 동의가 없었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광고분야와 관련이 없어 논란이 됐던 동양철학 교수와 사회심리학 교수입니다. 앞서 본지는 20일자 (정부광고 새판짜기)(단독)⑥ '철학과 교수'가 광고대행사 심사위원?…언론재단 주먹구구 운영 기사를 언론재단이 광고와 큰 관련이 없는 동양철학 교수와 변호사, 세무사 등을 심사위원 풀로 선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동양철학 전공 교수는 언론재단 '광고 협력사 심사위원 풀'에 들어간 배경에 관한 본지의 질의에 "전혀 모르는 일이다. 심사에 참여해 본 적도 없다"며 "혹시 저와 다른, 동명이인의 누군가가 아니냐"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광고는) 저와 전혀 다른 분야라 제가 관여할 입장도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사회심리학 전공 교수는 본지의 동일한 질문에 "관련 내용의 연락을 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두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시기는 2024년 6월입니다. 벌써 1년6개월 전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광고협력사 선정을 위한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1년6개월이 넘도록 광고 분야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언론재단은 <뉴스토마토>에 최근 1년 간 심사를 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풀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법률가 의견입니다. 박진호 법무법인 이목 변호사는 "이름, 휴대전화, 이메일 주소 등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 15조에 따라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는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률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 이 조항의 각 호에서 규정한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데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과거에도 개인의 동의를 일일이 얻고 심사위원 풀에 넣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개인정보에 관한 미흡한 관리를 인정한 셈입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팀 내부에서 협의를 해서 추천한 명단은 (당사자와) 소통이 된 명단도 있을 것이고, 그냥 본인이 검색등을 통해서 적절하다고 생각이 돼서 추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문가) 풀이라는 게 보통 우리도 그렇고 다른 기관도 (인터넷 등을) 검색해서 찾거나 그렇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해명처럼 언론재단 개인정보 미동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걸로 보입니다. 2023년 8월 언론재단 내부에서 작성된 심사위원 명단을 본지가 입수, 취재한 결과 188명 중 12명의 전직 언론인은 자신이 정부광고 협력사 심사위원으로 임명된 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개인 동의도 없이 이름과 소속, 개인 휴대전화, 이메일 주소 등이 작성해 실무자끼리 공유한 겁니다. 하지만 재단 측은 본지가 입수한 해당 명단은 재단 내부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지난 9월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앞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언론재단이 광고협력사 선정에 참여하는 심사위원 풀 구성과 관리에 대한 기준을 세우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언론재단이 만든 민간협력사 심사위원 풀 구성·관리에 관한 규정은 '정부광고업무지침' 11조뿐입니다. 해당 규정에는 광고 심사위원 풀에 포함할 수 있는 전문가를 △광고 및 디자인 관련학과 교수진 △정부부처 및 정부광고 요청기관 전문 인력 △홍보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심사위원 임기를 2년으로 명시했을 뿐입니다.
 
재단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절차를 걸쳐 심사위원을 임명·재임명할지는 모두 재단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심사위원 해촉 사유와 절차, 풀 갱신 주기도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재단 관계자는 심사위원 해촉 기준에 대해 "심사 현장에서 질의태도가 문제가 있거나 광고주의 컴플레인이 있는 경우 의견을 반영해 심사위원 풀을 1년에 한 번 갱신한다"며 "또 20~30번 연락을 드려도 섭외 일정이 안 되는 분들이 많아서, 전년도 섭외건수가 0건이면 심사위원 풀에서 제외하고 있다. 매년 중순에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언론재단의 설명과 다소 달랐습니다. 언론재단이 양문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심사위원 246명 중 23명은 최근 1년간 심사 건수가 0건이었지만, 심사위원 풀에서 제외되지 않았습니다. 또 매년 중순 심사위원 풀을 정비한다는 설명과 달리 2024년에는 4월에 새 심사위원을 대거 위촉됐습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양문석 의원은 "정부광고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집행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임에도, 광고협력사 심사위원 풀을 임의로 운영한 것은 명백한 부실 행정"이라며 "특히 위촉과 해촉 기준이 불명확하고 자의적으로 심사위원을 추가하는 행태는 정부광고 심사의 편향성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 의원은 "심사위원 선정·관리 전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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