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 회장 "금품수수 의혹 경찰서 밝힐 것"
2025-10-24 15:59:50 2025-10-24 19:54:13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4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억대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과 206만 조합원, 12만 임직원, 1100명의 조합장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모든 경위를 밝히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1억원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회장은 "일련의 수사를 받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명백하게 원인을 밝히겠다"며 "그 내용(사퇴)도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금품수수 의혹 추궁에 "드릴 말씀 없다" 반복
 
여야 의원은 이날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강 회장에게 1억원 금품수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해당 용역업체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강 회장 측에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대표를 직접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강 회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라 경찰에서 말하겠다"고만 대답했습니다. 
 
이어 임 의원은 농협유통이 지난해 10월24일 나라장터에 경비·미화 관련 입찰을 공고했다가 다음 날 갑자기 이를 취소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임 의원은 강 회장 측에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용역업체 대표가 입찰 공고를 보고 화가 나 강 회장에게 "저는 잃을 게 없지만 회장님은 지킬 게 많으시죠"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제보도 공개했습니다. 
 
임 의원은 "해당 용역업체가 올해 농협에서 39억6700만원을 수의계약으로 받았다"면서 "입찰을 취소했으면 다시 공고하는 게 맞을 텐데, 재공고 없이 돈을 건넨 업체가 수의계약을 하니 의심받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송파구에서 벤츠 안에서 5000만원, 서울역 인근에서 5000만원 해서 1억원을 직접 수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꾸짖었지만, 강 회장은 "경찰에 가서 설명해드리겠다"고만 했습니다. 
 
전 의원은 용역업체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의 대화 녹음까지 틀면서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전 의원은 "강 회장이 율곡조합장 시절인 2022년 8월에도 2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전 의원은 "농협이 진짜 돌아봐야 될 사람들은 농민인데 이들에겐 실적 압박과 차별을 강요하면서 (강 회장) 주변 인사는 비리와 불공정 특혜 중심에 서있다"며 "농민대통령이라 불리는 강 회장이 인사 비리에 뇌물 수수 의혹까지 불법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게 맞냐"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농협이 비리 백화점이냐, 강 회장 선거 캠프 재취업 창구인가"라며 "벌써부터 연임 준비하기 위한 캠프 차린 거냐"고 비판했습니다. 
 
강 회장은 "일련의 수사를 받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명백하게 원인을 밝히겠다"고 다시 대답했고, 전 의원은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 의향이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강 회장은 "그 내용(사퇴)도 거기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한국마사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강 회장이 의혹 자초한 일"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윤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 때와 달리 올해는 거의 모르쇠로만 답한다"며 "지난해 지적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치한 게 거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강 회장은 지난해 대표급 임원 22명 중 18명을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 인사로 임명해 '보은 인사' 논란을 빚었습니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직과 함께 농민신문사 대표를 겸직하며 수억 원대 급여를 받아 논란이 됐습니다. 여기에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힌지 5일 만에 회장 연임 허용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셀프 연임'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윤 의원은 강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인사·비리 의혹들이 모두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탓했습니다. 윤 의원은 "이번 금품수수 의혹 역시 내부적으로 자초한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선거 때 도와준 인사들을 보은 인사 명분으로 임명한 것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은 농협중앙회의 청렴도 하락 문제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그는 "강 회장이 측근 위주의 인사를 이어가면서 국민권익위원회 2024년도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농협중앙회가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졌다"며 "직원들이 느끼는 청렴 체감도는 1등급에서 4등급으로, 청렴 노력도는 2등급에서 4등급으로 각각 하락했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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