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란 맘다니 시장과 이재명 대통령
2025-11-13 06:00:00 2025-11-13 06:00:00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의 당선 일성이 큰 화제다. 그가 당선 승리 연설에서 자신이 무슬림이고 민주사회주의자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인종과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사과할 것을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조란 맘다니 당선인이 최초의 남아시아계 이슬람교도 출신 시장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가 이처럼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민주사회주의자라는 다소 생경한 정치 성향을 공개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싶다. 
 
이른바 민주사회주의는 의회민주주의에 기반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추구하는 정치 이념으로 특히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따라서 계급혁명을 통한 급진적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마르크스-레닌의 사회주의와는 현저히 구별된다. 또 민주사회주의는 사회적으로 소유된 기업들의 시장경쟁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사유재산에 기초하여 시장에서의 자유경쟁을 맹신하는 자본주의와도 상이하다. 요컨대 민주사회주의는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면서 사회적 재산의 공정 시장경쟁을 추구하는 정치적·경제적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족이기는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지적 수준은 글로벌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한 나라 정부의 수반이라면 34세의 젊은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을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필부의 관점은 차치하더라도 그를 정적으로 보아 비판하려면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론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야 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주의에서는 사회적 공유부(Common Wealth, 한 사회가 생산한 경제적 가치)를 특정 주체가 아닌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평등하게 분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민주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는 분배를 핵심으로 하는 조세정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세는 사회적 공유부의 분배를 위해 의회에서 부여한 강력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조란 맘디니 신임 뉴욕시장이 내세우는 무상 보육, 무료 버스, 값싼 식료품 공급 정책 등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추진해온 ‘기본정책’과 정책적 유사성을 보인다. 지난 4일 뉴욕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후보를 꺾은 조란 맘다니 시장 당선자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서인지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기간 중 뉴욕시의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각각 11.5%p와 5.9%p 인상하고 고가 주택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는 재산세 과세 체계를 개편해 부유층의 재산세 부담은 늘리되 서민의 재산세 부담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재원을 무료 버스, 무상 보육, 값싼 식료품 공급 등 서민 복지정책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공약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조란 맘다니의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은 이재명정부에서 추진하는 기본소득이나 기본주택 등 이른바 ‘기본정책’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이는 이재명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공유부의 평등한 분배를 추구하는 기본사회의 실현에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이재명정부는 출범 직후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행했고, 과도한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대상으로 부채 탕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모두 공유부의 평등한 분배를 통해 더불어 잘 사는 기본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노선이 민주사회주의를 추구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시장의 그것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K-팝과 한류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서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듯이 12·3 내란을 극복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중심 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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