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까지 치솟으면서 재계의 희비도 갈리고 있습니다. 당장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큰 기업은 비용 부담이 늘어나지만 수출 비중이 많은 곳은 환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섭니다. 다만 내년 사업계획을 한창 짜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의 움직임이 영업이익과 연동되는 만큼 고심은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1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주가와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2원 오른 1471.9원에 출발했습니다. 시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 4월11일(1484.0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물론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 불확실성 확대에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하겠다’고 밝히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기도 했지만, ‘고환율 리스크’에는 여전히 노출된 실정입니다.
환율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기업별로는 온도차도 커졌습니다. 통상 고환율 상황에서는 석유화학·철강처럼 원자재 수입이 많은 업종이 타격을 받게 됩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의 경우 철광석과 석탄 등 주요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데, 원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 또한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습니다. 항공기 리스료를 비롯해 유류비, 부품 조달 비용 등 주요 비용 항목이 모두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어섭니다.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를 사들이는 정유업계도 부담이 큽니다. 정유사들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연간 약 1000억원의 환차손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자동차 업계는 고환율의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HD현대와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들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해외 수주에서 달러로 벌어들이는데 선박 건조 계약을 달러화로 체결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 경우 원화 환산 매출이 증가합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교역조건 개선 압력, 즉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 상승이 수입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도체 가격 급등과 함께 관련 기업들의 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해외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환율 상승은 이익 증가로 이어지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관련 지출이 달러화로 거래되어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해외 파운드리 공장 신설이나 M&A 활동 등 해외투자에 대해선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의 경우 국제 원자잿값과 고환율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업종별로는 차이가 있겠지만, 높은 환율 변동성은 기업의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