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한강버스의 구동 방식은 하이브리드선박과 전기선박으로 나뉘는데, 전기선박은 방전과 소프트웨어 고장 문제로 제대로 된 운항을 못 하고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전기선박은 방전으로 인해 왕복 운항을 하루 2번밖에 못하며, 소프트웨어가 고장 나 아예 운항조차 못 한 채 '개점휴업' 상태인 선박까지 있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취항식을 연 이후 잦은 고장·사고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강버스는 애초부터 기술적으로 결함이 있었지만, 서울시청은 운항을 강행한 셈입니다. 다만 한강버스 측은 "전기선박이 고장 나 운항을 못하는 건 아니고, 전기적 오류가 발생해 정비하면서 예비선으로 쓰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18일 기준으로 서울시청의 한강버스는 모두 8척입니다. 이 가운데 101호, 102호, 103호, 104호는 하이브리드선박입니다. 109호, 110호, 111호, 112호는 전기선박입니다. 하이브리드선박은 '디젤+전기'를 활용해 구동되는 방식입니다. 전기 방식은 전기차처럼 말 그대로 배터리를 충전해서 운용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현재 서울시청에서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한강버스가 단 3척뿐이라는 겁니다. 나머지 5대는 운항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중 102호는 앞서 지난 15일 저녁 한강에서 멈춤 사고를 일으켜 운항이 중단됐습니다. 나머지 4척(하이브리드선박 2척, 전기선박 2척)는 사고와 정비 등을 이유로 운항을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에 한강버스가 운항 중단된 채 멈춰 있다. 한강버스는 지난 15일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춰 일부 구간이 운항 중단됐다. (사진=뉴시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전기선박입니다. 원래 한강버스는 배차 간격을 고려해 일일 약 9회에 걸쳐 한강을 왕복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선박을 활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선박 도입도 논의됐고, 현장에까지 투입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전기선박은 1회 충전으로 채 2회 왕복 운항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선박은 한번 충전하고 나서 한강을 1번 왕복할 경우 배터리의 60%가 방전된다고 합니다. 다시 충전을 시작해 완전히 충전되는 데는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고 소요됩니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전기선박이 한강을 9회 왕복을 위해선 8회의 충전 횟수와 그에 따른 긴 충전 시간(12시간~16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됩니다. 전기선박의 운영 효율을 고려할 때 서울시청이 목표한 9회 왕복은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전기선박 4척 중 2척는 소프트웨어 고장으로 운항을 못하고 있는 걸로 드러났습니다. 관계자들은 "2척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고장 문제로 언제 다시 운항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청은 올해 2월부터 한강버스 선박들을 차례대로 인도를 받았고, 9월29일부터 시범 운항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전기선박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운항을 강행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17일 오전 김선직 한강버스 대표가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한강버스 멈춤 사고 관련한 브리핑을 하면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한강버스 측은 "전기선박은 100% 배터리로 구동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선박보다 친환경적이다"라면서 "한강버스 계획이 세워질 당시엔 친환경 보조금 나오는데, 전기선박의 친환경 등급 더 높아 장기적으로 운영했을 때도 효율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기선박 소프트웨어가 고장 나 운항을 완전히 멈춘 건 사실이 아니다. 특별한 고장은 아니고 전기선박이다 보니까 전기적인 오류, 신호가 동일하게 가야 하는데 서로 약간 차이가 난다던가 그런 것들을 조정하는 중이다"라면서 "전기선박 2척은 운항 일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투입하도록 한 '예비선'으로 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강버스는 지난 15일 오후 8시24분쯤 잠실선착장 인근에선 한강버스 102호가 수심이 얕은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객 82명은 사고로부터 약 50분이 지난 후 전원 구조됐습니다. 서울시청은 이후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잠실·뚝섬·옥수·압구정 등 4개의 선착장 운항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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