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그룹이 일부 퇴임 임원들을 대상으로 통보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기 사장단 인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르면 21일, 늦어도 다음주 중 발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인자’ 정현호 부회장의 퇴진과 사업지원실 격상 등 인사 쇄신 칼을 빼든 만큼 이번 정기 인사에서의 변화 폭이 주목됩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오전부터 일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들에서도 퇴임 통보가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에스원 사장도 물러납니다. 통상 임원 퇴임 통보가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단행됐다는 점에서, 이르면 21일 늦어도 다음주 초 정기 사장단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후속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 발표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날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회장에게도 최종 인사안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약 21일 사장단 인사가 발표되면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진 일정으로 진행되는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년간 11월 말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11월25일 임원 퇴임 통보 절차를 밟았고 이틀 뒤인 27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당초 삼성전자는 정기 인사를 앞당기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인사의 주도권을 두고 정현호 부회장과 상설조직으로 격상된 사업지원실의 새 수장인 박학규 사장 간 갈등이 표출되는 등 힘겨루기가 지속되며 인사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의 인사가 지연되면서 계열사들 인사도 줄줄이 연기가 됐습니다. 사업지원실 신구 수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룹 내부 이른바 ‘정현호 라인’의 거취 또한 주목됩니다.
사장단 인사가 임박하면서 변화의 폭에도 관심이 집중됩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장단 인사가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후 단행하는 첫 정기 인사로, 쇄신 측면에서 규모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7일 그룹 실세로 불린 정현호 부회장의 용퇴를 결정하고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해 상설조직으로 재편한 바 있습니다. 박 사장을 사업지원실장으로 위촉하고 인수합병(M&A) 팀을 조직 내에 신설하는 등 사실상의 그룹 컨트롤타워를 개편한 만큼, 이에 따른 연쇄 작용으로 사장단 인사가 대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한 박 사장의 사업지원실에 재무·인사·경영진단·M&A 등 그룹 주요 기능이 집중됐지만, 사장급 실장의 위상과 권한 등에서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박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집니다. 만일 박 사장이 승진을 할 경우 이 회장이 사업지원실에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쏠리게 됩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부회장으로 승진할 지도 관심사입니다. 노 사장이 승진 시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함께 양대 사업부 ‘투톱’ 체제를 유지하게 됩니다. 여기에 전 부회장이 DS부문장 외에도 대표이사,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등 여러 직책을 겸임하고 있어 일부 직책을 내려놓을 것이란 관측도 더해집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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