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이 사라진다…AI가 몰고 온 ‘인사 전환’
재계 인사 ‘세대교체’ 뚜렷…부회장 ‘축소’
삼성·LG·롯데 등 사라지는 재계 ‘부회장’
오너 영향력 확대…AI 등 신산업 영향
2025-12-09 15:24:41 2025-12-09 15:36:4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2026년도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조직 정비에 나섰습니다. 조직 슬림화 분위기 속 오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통적 ‘2인자인 부회장직이 축소되고, 인공지능(AI) 전환 등 미래 전략 및 신사업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현장·기술 인재가 대거 발탁되는 모습입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은 올해 인사에서 임원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와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 혁신을 통한 내실을 강화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은 바로 세대교체입니다. 그 중 오너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경영 자문역을 해왔던 전통적 ‘2인자인 부회장이 축소되고 있는 점이 가장 주목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지난 11월 기존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함과 동시에 그룹 ‘2인자로 경영 전반에 깊숙하게 관여해온 정현호 사업지원TF(부회장)의 용퇴를 결정했습니다. 후임으로는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실장에 위촉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정현호·한종희·전영현 부회장 ‘3체제를 구축했지만, 한 부회장 별세와 정 부회장의 퇴진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전 부회장만 남았습니다.
 
부회장 투톱체제를 유지했던 LG그룹도 부회장 숫자를 줄였습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1명만 남게 됐습니다. 특히 부회장 승진 후보자로 거론돼왔던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물러났습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단 4명 전원을 퇴진시키며 조직 혁신의 초강수를 뒀습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부회장단 전원이 짐을 쌌습니다. SK그룹의 경우는 이형희 부회장이 4년 만에 부회장 승진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별도 조직을 맡지 않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다 조력자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의 이 같은 조직 변화는 오너가의 영향력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승계를 통해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 경영인이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만큼 연륜 있는 2인자를 통해 경영 자문을 구하기보다 자신만의 경영 전략을 펼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AI 등 신기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복잡한 내부 절차를 걷어내는 등 신속한 의사결정 구도를 확립하겠다는 취지도 읽힙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오너 경영인이 경영 전반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과거보다는 관록의 부회장급 역할의 필요성이 줄어든 부분이 있다또한 조직 관리 차원에서 빠르게 실행 단계로 가려면 오너가 직접 살펴야 하는데, 부회장들이 중간에서 각자의 라인 등 권력을 쥐고 있으면 오너의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에 부회장급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는 경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AI 등 급변하는 신산업의 흐름에 따라 기술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젊은 경영인들이 중요해진 상황도 재계 세대교체 변화에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급 인선을 축소하는 대신 50대 최고경영자(CEO)30~40대 현장·기술 중심의 임원을 적극 발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대표이사로 선임된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사장과 조주완 LG전자 CEO 후임으로 발탁된 류재철 LG전자 사장이 기술통리더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등 급격한 기술의 진보에 따라 연륜이 있는 부회장급 인사 대신 신산업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젊은 전문가가 유입되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결국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인데, 부회장의 축소도 이러한 측면에서의 변화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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