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 미스터리, 명태균 하이재킹과 ‘두 국가론’
2025-12-11 06:00:00 2025-12-11 06:00:00
12·3 내란 사태 이후 1년이 지났다. ‘추가 종합 특검’이 제기될 만큼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남아 있다. 진상규명을 되레 방해하는 소리도 있다. “(12월3일은) 무속적으로 택하지 않았다면 해석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의 주장이다. 이거야말로 주술을 추적하다 주술에 넘어간 것 아닌가. 윤석열이 준 힌트를 들어보자.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다.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다.”(2024년 12월12일 대국민 담화) 국회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시도는 사실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원래 “주말을 기해서” 하려던 내란을 급히 앞당겼다는 추정도 해볼 수 있다. 
 
내란 당일 오후 4시0분, <뉴스타파>는 명태균 여론 공작에 관련된 보도를 내놓는다. 명태균은 2021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권자 명부를 입수하고 경쟁 후보 지지자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그런데 그날 보도된 내용은 여기서 성큼 더 나아가 있었다. 2020년경 명태균이 지인에게 누설한 공작 아이디어가 있다. ‘경선 여론조사가 진행될 때 경쟁 후보 지지자에게 전화를 건다. 그 지지자는 자신이 경선에 참여한 줄로 착각하고 진짜 경선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명태균은 이를 “대한항공 타야 되는데 아시아나 탄 놈들”이라고 비유했다. 유권자 하이재킹이다.
 
윤석열 측근들은 몰라도 윤석열은 그날 이 보도를 확인했을 수 있다. 이 공작이 실제로 자행되었다면 국민의힘 경선은 부정선거다. 이게 내란의 동기일 공산이 있으며, 그게 아니라도 명태균 의혹에서 이보다 더 중대한 것은 없다. 수사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명태균이 취사선택해 던져준 것에 묻히지 말고 명태균을 파고들어야 한다.
 
또 하나의 윤석열 미스터리는 북한 문제에 있다. 계엄(빙자 내란)을 지속하려면 전시나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깔리는 게 유리하다. 윤석열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무인기를 띄워 보낸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되었다. 2024년 8월15일 발표했던 ‘윤석열 독트린’도 그 밑바탕이 아니었는지 의심할 만하다. 윤석열의 통일론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하며 나온 것이다. 국민의힘은 ‘평화적 두 국가론’도 친북인 것처럼 몰아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윤석열이야말로 ‘적대적 두 국가론’의 선두주자였다. 
 
2023년 말, 윤석열은 북한을 ‘나라’라고 표현했다. 일회성 실언이 아니라 연달아 나온 발언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가장 가난한 나라”(11월28일 민주평통 전체회의). “북한은 침략과 핵 선제공격을 헌법에 명문화한 세계 유일한 나라”(12월20일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 “북한은 헌법에 침략과 선제 핵 사용을 명시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12월28일 육군 제5보병사단 방문). 윤석열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해 12월26일 국방부가 공개한 ‘장병 정신전력 교재’는 북한을 아예 ‘국가’라 불렀다. “북한은 정치적 탄압, 절대빈곤, 인권 유린의 최악 국가로 전락했다.”
 
윤석열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폈다가 ‘적대적 통일론’으로 넘어간 셈이다. 왜 한때 두 국가론을 폈는지, 통일론으로 선회한 계기는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 내란의 배경만이 아니라 윤석열정부가 어떤 정부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주제다. 수사 당국뿐 아니라 현 정부의 국방부와 통일부도 당시 흔적을 뒤지는 자체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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