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 재건' 시험대…'낙하산·MS·해킹' 3대 숙제
정통 'KT맨' 낙점했지만…조직 신뢰·전략 재정렬 과제 산적
검찰·외부 인사 논란 수습, MS 협력 재조정·해킹 위기관리 직면
2025-12-17 16:22:32 2025-12-17 18:09:52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낙점된 박윤영 후보 앞에는 '재건'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놓였습니다.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흔들린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된 대규모 협력 계약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불거진 대형 해킹 사고 역시 결과적으로는 신임 대표가 떠안아야 할 숙제입니다. 내부 안정과 전략 재정렬, 여기에 위기 수습까지 동시에 요구받는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박윤영 KT 차기 CEO 최종 후보. (사진=KT)
 
17일 KT 안팎에 따르면 박 후보 체제에서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과제로는 낙하산 인사 청산이 꼽힙니다.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KT 핵심 스텝 조직에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습니다. 이용복 법무실장, 추의정 감사실장, 허태원 준법지원실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른바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법무·감사 등 거버넌스 요직이 특정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여기에 이명박(MB)계로 분류되는 임현규 경영지원부문장이 광고·구매·대관 등 자금과 인사를 좌우하는 부서를 장악하며 실세로 군림했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이들 스텝 조직 인사 상당수가 올해 상반기 보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상여금을 독차지한 점은 내부 반발을 키웠습니다.
 
김영섭 대표의 친정으로 불리는 엘지씨엔에스(LG CNS) 출신 인사들의 대거 영입도 논란의 한 축입니다. 정우진 전무, 강성권 상무, 유서봉 상무, 우정한 상무, 김용식 상무보, 허영만 본부장 등이 기술·전략 요직을 차지했습니다. MS 출신인 오승필 부사장이 김 대표 취임 첫해 합류한 데 이어, MS와의 협업을 계기로 김원태 전무와 전승록 상무 등도 영입됐습니다. 공격적인 외부 인재 수혈은 단기간 전략 추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내부 승진 경로를 약화시키고 현장 사기를 떨어뜨렸습니다. 결과적으로 KT가 구축해온 인재 중심의 실행력을 저하시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박 후보가 정통 KT맨이라는 점 자체가 이러한 낙하산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제기됩니다. 다만 인물 교체에 그치지 않고, 인사와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핵심 과제는 MS와 체결된 전략적 협력 계약입니다. 김영섭 대표는 MS와 손잡고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결정했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계약이 MS 매출 확대에만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왔습니다. 특정 벤더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KT 자체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반복됐습니다. 계약을 전면 수정하거나 파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후보는 KT 주도의 협력 구조로 재정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인공지능(AI) 전략의 주도권을 KT에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이보다 앞서 당면한 과제는 해킹 사태 수습입니다. 불법 소형기지국을 통한 무단 소액결제 사고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민관합동조사단은 KT 내부 서버 다수가 악성코드에 감염됐던 사실도 조사 중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7월 사이 BPF도어(BPF Door)와 웹셸 등에 감염된 서버 43대가 중간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무단 소액결제 사고와는 별개로 KT 내부 보안 체계 전반이 뚫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KT 침해 사고는 사안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김영섭 대표의 경영 실패로 평가되는 사안이지만, 수습과 책임은 결국 신임 대표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다만 CEO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KT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 7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신임 대표 확정을 계기로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가 커지며 주가 재평가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 주가는 이미 대부분의 악재를 선반영한 반면, CEO 교체 이후 강화될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는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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