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인터넷TV(IPTV)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동안, 정작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수익 기반은 오히려 악화되며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IPTV 사업자들은 가입자 확대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로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PP에 지급하는 프로그램사용료 지급률은 10년째 20% 후반대에 머물렀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콘텐츠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 구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 방송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28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개최한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시장의 지속가능성과 개선을 위한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IPTV 성장과 콘텐츠 가치 상승이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프로그램사용료 단가 정상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가 28일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시장의 지속가능성과 개선을 위한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IPTV 3사의 방송매출은 2015년 1조9166억원에서 지난해 5조783억원으로 165%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2404억원에서 1조5709억원으로 554% 급증했습니다. 반면 PP에 지급된 기본채널 프로그램사용료 지급률은 지난해 기준 28.7%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PP 산업 전체 영업이익은 811억원 흑자에서 49억원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PP 업계 수익성 악화도 뚜렷했습니다. 콘텐츠 투자액 대비 회수율은 10년째 34~35% 수준에 정체됐고, 지난해 PP 업계 평균 매출원가율은 약 80%까지 상승했습니다. 상위 10개 PP 가운데 4곳은 매출보다 원가가 더 큰 역마진 구조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IPTV·SO·위성방송 사업자의 매출원가율은 20~30% 수준에 머물러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비용 구조 차이가 극명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프로그램사용료 지급률 격차도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지난해 기준 SO의 프로그램사용료 지급률은 72.6%였지만 IPTV는 평균 28.7% 수준에 그쳤습니다. 사업자별로는
KT(030200)가 26.3%로 가장 낮았고, SK브로드밴드 31.1%,
LG유플러스(032640) 29.7%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유료방송 플랫폼의 콘텐츠 비용 비율이 매출의 50~6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IPTV의 콘텐츠 대가 지급 수준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입니다.
김 교수는 해결 방안으로 IPTV 방송사업매출의 35~50%를 프로그램사용료 재원으로 삼는 매출연동제와 이용약관상 상품가격의 50% 수준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약관가 비율제를 제안했습니다. 특히 약관가 비율제는 유료방송사별 할인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8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개최한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 시장의 지속가능성과 개선을 위한 방안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다만 토론에서는 프로그램사용료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유료방송 시장 침체를 단순 사업자 간 갈등이 아닌 산업 구조 변화와 시장 축소가 맞물린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습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통신시장이 방송보다 훨씬 큰 시장이다 보니 통신사들은 이동통신 경쟁력 유지를 위해 방송상품을 활용해왔고, 그 과정에서 방송상품 가격을 높여 프로그램사용료를 지급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며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확산 과정에서 통신사 역할도 있었던 만큼 국내 방송산업에 대한 더 큰 책임 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현재 유료방송 시장 상황을 "가난한 집 돈 문제"에 비유하며 "누구는 틀리고 누구는 맞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필요한 이야기를 하지만 나눌 파이가 줄어든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현재 방송법 체계는 방송시장이 돈을 잘 벌던 시기에 초과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이제는 시장 참여자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성진 숭실대 교수는 프로그램사용료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PP 콘텐츠 투자 회수율이 10년째 30%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보면 프로그램사용료가 정상화되더라도 현재 구조에서는 다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익 다각화와 재투자 구조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IPTV 역시 단순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인공지능(AI)·통신·플랫폼 사업까지 결합된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콘텐츠 투자와 인센티브 연계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정책기획실장은 현실적 대안으로 약관가 비율제와 선계약 후공급 제도화를 강조했습니다. 김 실장은 "콘텐츠 공급자인 PP와 협의 없이 할인 판매가 이뤄지면서 콘텐츠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에 신고된 약관가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사용료를 산정해야 정당한 콘텐츠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약관가 비율제와 선계약 후공급 의무화가 함께 추진돼야 프로그램사용료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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