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이효진 기자]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약 5년 반 만에 당명 교체에 나섭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12·3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여파로 지방선거 패배 위기에 내몰리자 장동혁 당대표 '당 쇄신'의 방안으로 당명 개정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간 보수 정당이 대선과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당명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는데요. 여당인 민주당은 "윤석열과의 절연 없이는 '간판 바꾸기'에 불과하다"며 "내란의힘 등으로 당명을 바꾸라"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68.19% 찬성"…5년 반 만에 '당명 교체'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명 개정 절차에 공식 착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이 된 지 약 5년 반 만입니다. 새로운 당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결정됩니다. 이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에 확정될 예정입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명 개정을 위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ARS(자동응답시스템)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전체 책임당원 77만4000여명 중 25.24%가 응답했고, 이 중 13만3000여명(68.19%)이 당명 개정을 찬성했습니다. 함께 진행한 새 당명 제안 접수에는 1만8000여건의 의견이 접수됐습니다.
국민의힘의 당명 개정은 답보 상태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습니다.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1월8~9일 조사·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응답률 4.1%·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33.5%로 나타났습니다. 지난주(35.5%)와 비교해 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최근 3개월 내 최저치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과, 쇄신안 발표 등 타개책 모색에도 여론을 돌리지 못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6·3 지방선거 전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띄운 것입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단순히 당 이름을 바꾸는 차원을 떠나서 당의 새로운 미래와 대한민국 지탱할 수 있는 새로운 야당으로, 그리고 이번 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으로 봐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자유', '보수' 등 새로운 당명이 과거의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할 경우 쇄신은커녕 지방선거에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당명은 당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나타낸다"며 "문제는 이미 대중에게 전달된 의미가 낡았거나 지나간 시대를 상징하는 부분을 회피하는 게 맞다. 중요한 건 변화에 대한 의지, 새로운 보수의 창출이라면 전통성 집착은 내려놔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권에서는 윤석열씨와 절연 없이 추진되는 당명 개정에 냉소적인 반응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경남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이름을 어떻게 바꾸든 국민들은 '윤 못 잊어 당', '윤 물망초 당'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아무리 당명을 바꾼들 내란 정당, 내란 DNA 당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10월5일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 중앙당사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현판을 제막했다. (사진=연합뉴스)
1997년 한나라당 이후 5번째 교체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로 평가받는 정당의 시작은 '민주공화당'입니다.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주도로 창당됐으며, 제3공화국 집권 여당으로 출범했습니다. 이후 1981년 민주정의당을 거쳐 1990년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자유당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민주자유당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씨가 12·12 내란죄 등으로 구속되자 '과거와 단절'을 명분으로 1996년 '신한국당'으로 간판을 교체합니다. 이후 15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139석을 얻으며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1년 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시작으로 대선 한 달을 남겨둔 상황에서 당시 이회창 총재이자 대선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와 이인제 후보의 탈당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 결과 당명을 개정한 지 불과 1년 9개월 만인 1997년 11월,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변경했습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게시한 당 연혁의 시작점은 한나라당입니다. 비록 당시 대선에서 패배해 역사상 처음으로 야당의 길을 걷게 됐으나, 이회창 총재의 '강력한 야당' 선언과 함께 강한 리더십으로 15년간 유지되며 민주화 이후 가장 장수한 당으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러다 2012년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디도스 사건과 돈봉투 사태가 터지면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교체합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천막당사' 정신을 외치며 그해 총선에서 153석으로 과반을 얻으며 승리했습니다. 이후 박 비대위원장은 18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5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며 당명이 교체됐습니다.
그 후 당명은 짧은 주기로 계속 바뀌었는데요. 새누리당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2017년 2월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고, 그해 대선에서 홍준표 대선 후보가 탄핵 후폭풍 속에 참패,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패했습니다. 그러자 3년 만인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당시 대표가 미래통합당으로 변경했는데요.
당명 변경이 큰 이미지 변화에 영향을 받지 못하며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그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서자마자 당명 개정을 추진했고, 6개월 만에 '국민의힘'으로 변경했습니다. 이후 2021년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승승장구했는데요. 윤씨의 탄핵으로 5년 5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일각에서 새 당명에 '공화' '보수' '자유' 등이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되는데요. 박 수석대변인은 "당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고 보수의 가치를 최대한 잘 구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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