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논란과 관련해 "시켜서 억지로 파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주택자를 향한 대통령의 '최후통첩'이 되레 청와대 내부로 향하면서인데요. '처분 권고'라는 인위적 조치 대신 '정부 정책'을 통한 매도를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직자부터 다주택 팔아라? 이것도 문제"
이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연 국무회의에서 "일각에서 정부에 관계된 사람이 다주택자인 경우, 이 사람들이 먼저 (주택을) 팔도록 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제기하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최근 X(엑스·옛 트위터)에서 거듭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강조하며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에 나서자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이 다주택자이면 범죄 취급을 받고, 장관과 참모는 자산 관리인가"라며 "굳이 다주택자를 척결 대상으로 삼겠다면 최소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의 다주택 보유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5월 9일까지 집 파실 겁니까"라며 "(문재인정부 시절) 세간에서는 '직보다 집을 택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매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지, 아니면 여전히 등기권리증을 쥐고 있는지를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경기지사 땐 다주택자 '처분 권고' 앞장서더니…
시민사회도 문재인정부 시절을 언급하며, 고위공직자의 주택 처분을 통한 정책의 신뢰도를 요구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고위공직자들이 실거주 외 주택을 보유하며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는 행태가 계속되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끝나지 않는다"며 "(고위공직자들이) 실제로 주택을 팔지 않는 행태를 목격하면서 국민은 부동산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도 지난 2020년 경기도지사 시절 고강도 '공직사회 부동산 지침'을 발표하며,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에 앞장선 바 있습니다. 당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급 이상 공직자에 다주택 처분을 권고했는데,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에게 실거주 외 다주택 처분을 '강력 권고'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는 주거나 업무용 필수부동산 이외 일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협조를 구하고 입법 실현에 힘쓰겠다"면서 "입법만을 기다릴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투기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권고 위반 시에는 주택 보유 현황을 승진·전보·성과평가에 반영해 승진 인사에서 배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2021년 1월1일 경기도의 4급 이상 승진 인사 13명 중 다주택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지사 시절 지침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버티는 게 손해인 제도 설계"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결정권자'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처분 권고' 대신 정부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최종 결정권자가 된 만큼 정부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이 대통령은 "제가 누구한테 '주택을 팔라'고 해서 주택을 팔면 그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라며 "제발 팔지 말고 버텨달라고 해도 파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시켜서 억지로 팔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걸 시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어디 있겠나. 이번에 안 하면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며 "버티는 게 손해인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번에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하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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