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KRX)의 거래시간 연장 추진에 대해 사실상 '정부 차원의 강행'으로 인식하며 강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외국인 투자자 유인과 편의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와의 프리마켓 수요 분산으로 인해 "수익 대비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증권사가 대다수였습니다. 아울러 시스템 준비와 인력 충원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1일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한 사무금융노조가 최근 사무금융노조가 증권사로부터 회신받은 '거래시간 연장안에 대한 사측 공식 입장 질의' 공문에서, 다수의 증권사들은 "찬성과 반대를 직접적으로 표명하기 어렵다"면서도 "거래시간 연장이 추가 소요 비용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가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추가 인력과 배치, IT 비용 증가 등 추가적인 부담이 수반되지만 거래소와 정부의 의사결정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토로했습니다.
A 증권사는 거래시간 확대 시 수익성 개선 효과가 일부에 그칠 것이라며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A사는 "현재 NXT 프리마켓은 미국 시장 종료 후 미국 시장의 등락 확인 후 국내에서 매매를 활용하는 수요가 큰데, 신설되는 KRX 프리마켓은 새로운 수요의 창출이 아닌 기존 NXT 프리마켓 참여자들의 거래를 분산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1시간 거래시간 증가가 기존 시장의 순증이 아닌 거래 분산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투자자 연령 비중과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수익성 개선이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사 역시 "정책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거래시간 연장에 큰 부담을 느낀다"면서 "신규 거래 창출과 기존 거래 분산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지만, 추가 소요 비용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가 크지 않다"고 회신했습니다. 전산 개발 비용과 노무 부담 금액 등 구체적 액수와 추가 필요 인력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했습니다. 조기 출근과 야간 근무 발생이 예상돼, 초과 근로 방지와 휴식권 보장, 건강관리를 위한 추가 지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노동계와 소통이 부재한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C사는 "시장의 핵심 주체인 거래소와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로 추진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염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충분한 시뮬레이션과 현장의 의견 수렴을 거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다수의 증권사들은 거래시간 연장안이 '공공기관',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안이라 파악하며 직접적 목소리를 내길 꺼렸습니다. 대다수가 "회사가 독자적으로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며 상법상 주식회사에 속하지만 자본시장법에 따른 공적 업무(△상장심사 △감시 △퇴출 △청산 결제 등) 수탁 역할을 하고 있어 실제로는 공공기관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거래소가 사실상 시장 감시 감독 기능을 하고 있어 대부분의 회원사들은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안 추진에 대해 선뜻 속내를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거래소가 주장하듯 공공기관이 아니라고 한다면 실제 주주인 회원사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일방적인 계획안을 발표하고 일정에 맞추란 식의 일방통행이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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