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K' 딱지를 떼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
2026-02-13 06:00:00 2026-02-13 06:00:00
한동안 우리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K' 딱지를 붙이는 것에 열광했었다. 우리가 주변부에 처해 있다는 인식 아래 세계에서 우리가 인정받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던 것이다. 국제 마케팅 분야에서 이 문제는 원산지 효과(Country-of-Origin Effect)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다. 같은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 상품을 어디에서 만들었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 제품을 출시했을 때, 한국에서 조립된 것인지 아니면 베트남에서 조립된 것인지에 따라 소비자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고, 이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왔다. 원산지 효과는 일종의 후광효과(Halo Effect)이다. 제품 자체에 대한 차별화에 따라 본원적 품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 생산지라는 후광에 의해 품질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제적 생산 공급 사슬의 분업화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원산지 효과를 대체 또는 보완하는 다양한 효과에 대해 연구가 지속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문화적 원산지 효과(Culture-of-Origin Effect)'다. 여기서는 제품의 소비 맥락이 어떠한 문화적 영향 속에 있는가에 따라 소비자 평가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고급 패션 제품은 이탈리아 문화적 배경 속에서 평가가 높아지고, 고급 화장품은 프랑스 문화적 배경 속에서 평가가 높아지고, 정밀화학과 기계, 의약품은 독일 문화적 배경 속에서 평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미 문화권 맥락 속에서는 표준화와 가치제품(Value Product)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다. 따라서 대부분 명품 브랜드는 이탈리아어 구성을 차용해 상표명을 짓고, 명품 화장품은 프랑스어 조합을 사용하고, 의약품은 독일어 조합을 사용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되어왔다. 전략적인 예외도 있다. 화장품에 가까은 바디케어 제품인 바디숍의 경우에는, 명품 이미지를 지양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가치상품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것으로 영미 문화적 맥락에 포지션한 것이다. K 딱지에 대한 열광적 추종은 이런 문화적 요소를 우리가 확보해 자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후광효과의 전략적 활용에는 결정적 단점이 있다. 그 사회 문화에 대한 전형적 이미지가 구성되는 순간, 이미지가 고착된다. 따라서 후광이라는 형식은 시대에 맞추어, 다시 말하면 소비자의 기호와 선호 변화에 맞추어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용물인 제품과 사업 방식을 속박하게 된다. 결국 외연적 확장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소비문화에 대한 연구에서는 이질적 문화의 접합과 융합을 통한 구성 과정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 소비문화 포지션을 소비시장을 기준으로 국내, 외국, 글로벌로 나누어 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소비문화 포지션은 국내 소비 기반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고, 외국 소비문화 포지션은 소비시장에 대한 이국적 취향, 이국성을 기반으로 해서 성장해 나간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식이라고 하는 국내 소비문화 포지션에 대해 중식, 동남아식, 일식, 유럽식, 미국식 등 이질적 요소에 기반한 외국 소비문화 포지션이 서로 대비되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 또는 외국과 같은 포지션으로는 니치 마켓의 일부를 구성하게 될 뿐 전반적인 소비생활을 전복해 재구성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K-Pop, K-Dance, K-의료, K-방산 등 K 딱지를 붙인 제품과 서비스는 결국 우리 문화가 아직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는 자백에 불과한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외국 소비문화 포지션의 관점에 맞추어 시장에 제시하려고 하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취향을 잃고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 그나마 확보한 우리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발전시킬 여력을 잃게 될 위험이 있다.
 
페루 가수 레닌 타마요가 페루 리마에서 안무 연습을 하고 있다. K-pop과 안데스 문화를 결합한 음악으로 활동하는 그는 스페인어와 케추아어로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로, ‘케추아 팝(Q-pop)’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 넷플릭스 세계 시청 1위니까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아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미국 점포 체인에서 주목해서 가능성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소비시장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성해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비로소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보편성에 이를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글로벌 소비문화 포지션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해외에서 보편성을 인정받아 힘을 키우고 있는 인디 그룹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의 한 멤버가 인터뷰한 내용은 인상적이다. 재인용하자면 “좋은 노래는 뮤지션의 국적까지 따져가며 들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한국인인 걸 모른 채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자각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희망이다. 이런 희망이 더욱 커져가길 소망한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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