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외면받는 구리)②대안 된 재활용 구리…정작 물량은 해외로
단속 등으로 수출 주춤했지만 매년 수출량 증가
불안정한 정광 공급망 보완책…환경 측면에서도 우수
재자원화 산업화 추진되지만 정책 효능감은 '온도차'
2026-02-23 06:00:00 2026-02-23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13일 16: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금속은 구리다. 구리는 전력 인프라의 필수 소재로, AI 확산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안정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구리 생산과 공급망 확보가 전제돼야 하지만, 글로벌 구리 시장은 구조적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각국은 AI 패권 경쟁을 의식해 자국 구리 제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AI 대전환을 추진하면서도 핵심 소재 산업에 대한 지원은 개별 산업의 책임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리 제련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 없이는 AI 시대로의 전환 역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IB토마토>는 AI 시대 구리 제련 산업의 중요성과 국내 지원이 부족한 배경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양질의 구리 광산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재활용 구리(구리 스크랩) 공급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리 스크랩은 확보가 용이하며, 환경 파괴 우려도 적고, 정광(1차 가공 광물) 보다 탄소 배출량도 적다는 장점이 있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구리 스크랩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산업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내놓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국외로 유출되는 구리 스크랩부터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동 제품.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로이터)
 
여전한 스크랩 역외 유출
 
13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구리 스크랩 수출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파악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구리 스크랩 수출량은 지난해 15만 4670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12만 8634톤)보다 20%가량 늘어난 양이다.
 
구리 스크랩 수출 증가는 국내 구리 스크랩 공급망을 허약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힘입어 전력 인프라 원료인 전기동(고순도 구리) 수요도 늘고 있다. 다만, 전기동의 원료인 정광 수입량은 불안정하다.
 
국내로 수입된 구리정광은 2023년 220만톤, 2024년 173만톤, 지난해도 173만톤으로 파악된다. 남미 등 세계 주요 정광 공급 지역의 자연재해 문제, 사회 불안정 문제 등이 정광 수입 차질 요소로 꼽힌다.
 
구리 스크랩은 불안한 정광 공급망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인쇄회로기판 등에서 구리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국내 최대 구리 제련 업체인 LS MnM은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 26% 감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구리 스크랩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난 2024년 부산세관 등이 구리 스크랩을 철 스크랩(고철)으로 속여 중국으로 수출한 수출업자를 단속하며 일시적으로 구리 스크랩 수출이 주춤했다. 당시 1만톤이상의 구리 스크랩이 품목을 속여 수출되려다 제동이 걸렸다.
 
다만, 이후 구리 스크랩 수출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내 구리 스크랩 수요 증가가 국내 스크랩 수출 확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국내 가격보다 비싸게 수출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이에 통계로 잡히지 않는 구리 스크랩 수출량도 상당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측이다. 구리 스크랩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구리 공급망이 허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꾸준히 나오는 스크랩 산업 육성 정책…정작 수출 규제 빠져
 
우리 정부는 스크랩의 중요도를 인식하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추진방향에 따르면 영세한 재자원화 시장을 산업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한 원료 수입 규제 완화, 통관절차 개선, 수입시 보증수수료 완화 검토 등이 담겨있다.
 
이어 지난해 12월30일부터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에 따라 재활용업자가 원료 제조를 목적으로 수입하는 구리 스크랩 등의 보관 기간이 30일에서 180일로 대폭 늘었다. 구리 스크랩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조치다.
 
가장 핵심적인 구리 스크랩 수출에 관한 조치는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핵심광물 스크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EU는 금속 스크랩 수출 시 세관 승인을 요구하고, 호주는 철 스크랩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구리 스크랩 수출 시 30~50%의 수출세를 부과해 구리 스크랩 유출을 막고 있다.
 
한편 구리 스크랩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로 수입된 구리 스크랩양은 지난해 32만3000톤으로 2024년(29만9000톤) 대비 8% 증가했다. 국내 전기동 생산 원료에서 구리 스크랩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주요 구리 제조 업체인 LS(006260) MnM과 고려아연(010130)은 구리 스크랩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 금속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구리 등 핵심광물 재자원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나오고 있지만, 자원 유출을 막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라며 “구리 스크랩 유출이 늘어나며 원료 공급망 확충을 위해 대기업도 백방 뛰어다니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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