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19일 나옵니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1심 판결을 통해 '12·3 비상계엄은 내란행위'였단 점이 분명해진 만큼 윤씨의 내란 혐의 역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선고에서 관건은 형량입니다. 형법상 내란수괴는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무기금고에 처해집니다. 윤씨의 구속을 취소한 전력이 있는 지귀연 재판부가 또다시 봐주기 판결을 할지, 특검 구형대로 사형을 선고할지 이목이 쏠립니다.
윤석열씨가 2024년 12월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오후 3시 윤씨의 내란수괴·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1심 선고기일을 진행합니다. 이날 선고는 윤씨가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로부터 443일 만입니다. 또 1996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씨(12·12 군사반란 및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혐의) 이후 30년 만에 내려지는 내란수괴에 대한 법적 판단이기도 합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입니다. 형법 87조(내란)에선 내란사범을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로 규정합니다. 즉 내란죄가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선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는지가 입증돼야 합니다.
윤씨는 재판 과정에서 국헌문란의 목적을 부인했습니다. '계몽령' 논리를 앞세웠습니다. 반국가세력의 체제 전복과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해 주권자를 각성시키려는 취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1996년 전두환씨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윤씨가 의회의 기능을 봉쇄하고 정당의 활동을 제한하는 포고령을 발령한 그 자체로 국헌문란 목적은 충분히 인정될 걸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형법 91조(국헌문란의 정의) 2호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 폐지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평화적 계엄'이라며 폭동을 부인한 윤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0·26 사건에 대해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될 수 있는 협박은 사람을 강압해 외포심을 일으키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 전반을 의미하는 최광의의 것"이라며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까지도 포함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1심 재판부도 이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이 전 장관 1심 재판부는 "윤석열·김용현 등이 일련의 지휘 체계에 따라 집단적으로 다수의 군 병력 및 경찰력을 동원하여 국회, 선관위를 점거·통제하고 활동을 제한하려 한 이상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 즉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고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앞선 판례들을 종합하면, 이날 윤씨에 대한 선고에서 12·3 비상계엄의 법적 판단이 뒤집히긴 어려울 걸로 전망됩니다. 논란이 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도 지난달 21일 윤씨의 체포방해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1심 판결로 정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필요도 있다"며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점, 내란 우두머리 범죄 특성상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필요도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관련성 역시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해 4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전 언론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
결국 관건은 형량입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1심 모두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했지만, 두 사람이 받은 형량의 차이는 컸습니다. 내란특검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한 전 총리는 징역 23년을, 이 전 장관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양형이 엇갈린 건 12·3 비상계엄의 실질적 위험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재판부의 시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1일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내란', 즉 친위쿠데타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특검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습니다. 아울러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조기 종료된 것은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선 국민의 용기와 공직자들의 저항 덕분"이라며 계엄이 빠르게 종료된 점을 감형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윤씨의 내란행위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은 부작위 책임도 인정됐습니다.
반면 지난 12일 이 전 장관에 대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었고, 결과적으로 언론사 단전·단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특검 구형의 절반만 선고했습니다.
지귀연 재판부가 윤씨의 양형을 판단할 때 한 전 총리 1심처럼 친위쿠데타의 위험성을 엄중하게 판단한다면 윤씨에겐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계엄이 단시간에 종료된 점, 사상자가 없었다는 윤씨 주장을 수용한다면 재판부 작량감경을 거쳐 징역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선고의 최대 변수는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윤씨의 구속을 취소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 부장판사는 윤씨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했는데, 이는 기존 실무는 물론 형사소송법에도 맞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 부장판사는 윤씨의 내란죄 재판 과정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습니다. 과거 유흥업소에서 변호사들에게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법원 자체 감사에선 징계감이 아니라고 결론 났지만,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해 압수수색까지 벌였을 정도였습니다. 윤씨 변호인들의 '침대 변론'을 방치, 해를 넘겨서까지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 진행 방식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 부장판사가 무기징역 이상의 선고를 내리면 그동안의 논란도 잠재워질 것"이라며 "하지만 작량감경을 한다면 지 부장판사뿐 아니라 사법부 전체가 거센 개혁 여론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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