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I 대전환시대를 열어갈 교육
2026-02-26 06:00:00 2026-02-26 06:00:00
지난 설 명절에 가족이 모여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하다가, AI로 이어졌다.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AI 질문 놀이가 화제였다. ‘AI야, 지금까지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그림으로 표현해줘.’ 어른들은 대체로 어르고 달래고, 먹이고 안아주는 다정한 모습으로 그림이 생성됐다. 자녀들은 사뭇 달랐다. AI를 괴롭히며 끌고 다니고 학대하는 폭군으로 묘사됐다. AI를 대하는 태도가 세대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흥미로웠다. 
 
불확실한 미지의 AI 시대를 살아갈 주역은 바로 청소년이다. 과연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AI를 배우고 익혀가고 있을까? 학교 현장은 AI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까? 선생님들은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까? 진화하는 AI에 종속되지 않고,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사피엔스’는 양성되고 있는가? 이런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끈 가장 큰 공로는 교육에 있었다. 과연 AI 시대에도 그 신화는 이어질 수 있을까?
 
AI의 교육 현장 접목은 매우 중요하지만 첨예한 문제다. 2023년 윤석열정부는 느닷없이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AI 교과서를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확대하는 성급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장 교사 연수와 인프라 점검, 데이터 보안 체계 구축, 교육과정과의 정합성 검토 등과 같은 필수 사전 조치조차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됐다. 시범사업이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확산해야 할 사안을 단기적 성과에 매몰돼 밀어붙였지만, 결국 작년 8월 국회 본회의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는 법적으로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분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가결되었다.
 
당장 피해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준비해 온 교육업체로 향했다. AI 인프라의 특성상 단시일에 구축될 수 없으므로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추진한 선투자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교육 소외 지역의 허탈감도 컸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교과 선택의 폭이 좁고 심화·보충 수업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교육 접근성도 낮은 편이다. AI 기반 학습 플랫폼이 기초학력 진단과 개별 피드백을 제공해 대도시 학교들과의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정해진 진도를 따라가기보다 학생 개개인의 속도와 상태를 살펴 교육하는 대안학교에서도 AI 교과서 도입을 기다렸다. AI 교육의 불신과 혼선이 가중되어 AI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 구축이 오히려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 신뢰도가 하락했다. 준비 안 된 성급한 정책 추진이 낳은 큰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AI교육 페스티벌을 찾은 관람객들이 AI 기술이 사용된 디지털 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첫째, AI 교과서 도입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이면서도 선별적인 활용을 해야 한다. 기초학력 보정, 평가 피드백, 진로 탐색 등 특정 영역에 우선 AI를 도입하고, 토론·창의 활동은 교사 중심으로 운영하는 혼합 모델이 현실적이다. 둘째, AI 리터러시 교육 강화다. 학생이 AI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알고리즘의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교 현장의 역량 강화다. 충분한 연수와 현장 참여형 설계를 통해 교사가 시스템의 사용자이자 설계 파트너가 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학생 학습 데이터는 공적 자산이라는 원칙 속에 엄격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해와 공감 없이 추진되는 교육정책은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성공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취임과 함께 AI 대전환 시대를 선언하고, 세계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또한 전 국민 AI 활용 시대를 공식화하며 국민 AI 문해력 수준을 9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기술 담론을 넘어 국가경쟁력, 민생, 교육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어젠다로 볼 수 있다. 특히 AI 교육은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정부의 성급한 AI 교과서 추진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혁신은 속도가 아니라 준비와 소통에서 완성된다. 이재명정부 역시 단순한 ‘중단’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단계적 설계를 통해 AI 시대의 교육혁신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재명정부의 AI 교육을 기대해 본다.
 
장훈 GR KOREA 전문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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