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대학가가 신학기 설렘 대신 가파른 '주거 절벽' 앞에 섰습니다. 고물가와 전세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대학가 원룸 월세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반지하와 옥탑방마저 60만원선을 돌파했습니다. 이제 대학가에서 "싸고 좋은 방"은 옛말이 됐고 됐고, 청년들은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하거나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으로 밀려나는 '주거 난민' 신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보증금 1000만원 기준)의 평균 월세는 62만2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년 전보다 2.0% 오른 수치입니다. 대학별로는 성균관대 인근이 73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1년 새 18.1% 급등했습니다. 이어 한양대 인근이 64만2000원으로 11.3% 상승했습니다. 이화여대(71만1000원), 연세대(68만3000원), 고려대(66만3000원) 인근도 월세가 60만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체감 부담은 통계보다 더 크다는 게 현장 분위기입니다. 역세권 신축이거나 대학과 가까운 ‘풀옵션’ 원룸은 월세가 90만원을 웃도는 경우가 많고, 관리비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까지 더하면 매달 100만원을 넘기는 곳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피스텔이 아닌 다가구주택 원룸도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세 70만~80만원선이 일반적"이라며 "반지하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60만원 안팎이고, 옥탑 역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작년과 비교하면 월세가 10만~15만원은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도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짜리 매물이 무난한 축에 들지만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가구주택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축이나 컨디션이 좋은 매물은 가격이 높더라도 나오면 바로 계약된다"면서 "상태가 좋지 않은 반지하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이 일대에서 학생 수요가 가장 많은 가격대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55만원대라는 게 중개업소 설명입니다.
서울 성균관대 인근 부동산에 게시된 매물 정보. (사진=뉴시스)
대학가에서는 가격 상승이 주거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뚜렷합니다.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일단 "방부터 구하자"라는 분위기라 최근에는 반지하와 옥탑방처럼 기피되던 매물도 빠르게 계약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방을 구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통학 시간이 더 걸리는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거나,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해 투룸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주거비를 나누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월세도 관리비도 ↑…고시텔·셰어하우스도 만실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학생들의 선택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여겨졌던 고시텔과 셰어하우스, 코리빙하우스까지 사실상 만실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방 크기가 1~2평 수준인 소형 고시텔은 월 30만~50만원선이지만 주거 환경이 열악해 선호도가 갈린다"며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곳은 공실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세 물량 감소도 월세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전세사기 여파 이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를 기피하면서 월세 계약이 빠르게 늘어났고, 그 부담이 대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매달 고정 수입이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관리비 부담 역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월세 인상률은 법적으로 제한되지만 관리비에는 별도 상한이 없어 사실상 임대료 인상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대학가 원룸 평균 관리비도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학생들의 실질 주거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학기 초가 지나면 가격이 다소 안정되는 흐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높은 월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예산에 맞춰 방을 구하려면 학교와 거리가 먼 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학가 임대 시장은 그동안 하숙집과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민간 비아파트 공급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전세사기 여파와 시장 침체로 관련 공급이 위축되면서 대학생 주거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기숙사 확충과 공공주택 공급이 필요하지만 부지와 사업성 한계로 물량 확대가 쉽지 않아 당분간 주거비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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