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정책 마련을 거듭 주문하면서 금융당국도 압박을 받는 모습입니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는 임대사업자 대출 연장 제한 등 조치를 이르면 다음주라도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 대출규제 거듭 주문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사실상 대출 규제 발표 데드라인이 생긴 만큼 이 대통령이 지목한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초점을 맞춘 대출 규제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통령 주문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달을 넘겨서는 안 된다, 다음주라도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 규제까지 아울러야 하는 만큼 확실한 정책을 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놨습니다. 금융위는 원래 지난달 말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요.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규제 설계 등 추가로 주문하면서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을 어떻게 할 건가에 있어 금융 부문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세심하게 방법을 잘 찾아달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전 국토가 투기·투자의 대상이 돼버렸다"며 "남의 돈으로 (부동산을) 사서 자산을 증식하는 일이 유행이 되다 보니 그걸 안 하는 국민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부동산을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게 금융"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부터 SNS에 글을 올려 다주택자 대출 혜택과 투기성 주택 보유를 일갈하며 관련해 강력한 금융 규제 수단을 내놓겠다고 예고해 왔습니다. 전날 밤에도 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편법·탈법을 결코 용인하지 않으니 최소한 이 순간부터는 자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연이은 공개 주문에 금융당국도 적잖은 압박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금융위는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개인·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정책 마련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당국 내부선 "이달 넘기면 안 된다"
다주택자는 크게 개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로 분류됩니다. 한 사람이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경우를 개인 다주택자, 임대사업자는 등록을 하고 여러 주택을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사업을 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히는 대출 연장 제한은 임대사업자가 받은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연장을 안해 주고 상환하라는 의미입니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그간 최초 3~5년 만기로 대출을 받은 후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정부는 은행권이 10년 정도까진 관행적으로 대출을 연장해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갚지 못해 파산하게 되면 세입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때문에 당국은 현재 세입자 보호 대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세입자 임차 기간 동안엔 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안, 세입자에게 해당 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주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기존 임대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만기 시 재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만기 연장 심사 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인데요. 현재 규제지역은 RTI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를 지킨 경우에만 신규 대출이 가능합니다. 규제지역 주택 임대사업자의 연간 이자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임대소득은 적어도 연 1500만원은 돼야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은행권은 임대사업자에 신규 대출을 내어줄 때만 담보가치와 임대소득 등과 함께 RTI를 종합적으로 심사하지만, 만기 연장 시에는 형식적 점검만 거치고 RTI 요건을 따로 보지 않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도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비거주 1주택자가 일반 다주택자와 달리 전세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전세대출이 쉽게 취급될 수 있는 공적 보증 체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현재 1주택자는 보증을 통해 수도권 전세대출을 최대 2억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당국은 투기적 목적과 실수요자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은행연합회에 전세대출 현황과 관련 의견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한편 올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1.8%보다 낮게 설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주담대에는 별도 총량 목표치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추가 수요 억제 카드로는 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확대, 현재 6억원으로 묶인 주담대를 추가로 제한하는 등 더 강력한 규제책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개인·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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