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자동차 대여 사업’을 추가하면서, 제조에서 판매, 대여, 중고차 재판매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습니다. 출고 이후에도 운용·관리·재판매까지 직접 관할하는 모빌리티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셈입니다. 1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렌터카 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업계의 파장이 예상됩니다.
2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자동차 대여 사업’을 추가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1년 전부터 예고된 수순이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렌터카 사업 진출을 준비해 왔으나, 정관에 해당 업종이 명시되지 않아 시기를 미뤄왔습니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마지막 법적 문제를 해결한 셈입니다.
정관 변경의 핵심은 단순 판매 기업에서 모빌리티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입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자동차 구독형 프로그램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을 운영해 왔습니다. 현대차·제네시스 차량을 일 또는 월 단위로 대여하는 구독 서비스로, 현대차가 플랫폼 기획·운영을 담당하고 제휴 렌터카 업체가 차량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5000만원인 차량의 하루 대여 비용을 6만원으로 보면 1년에 2000만원이 넘는다”며 “5년 동안 매년 150일 정도만 운영해도 차량 가격을 뽑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렌터카 사업 론칭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는 대여 차량을 전기차 위주로 공급할 방침입니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전기차 수요를 렌터카나 법인 시장으로 흡수하고, 초기 구매 부담이 높은 전기차를 구독이나 단기 렌트를 통해 경험하도록 유도해 장기 구매로 연결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의 렌터카 시장 관심은 지난 2017년 당시 렌터카 업계 3위였던 AJ렌터카(현 SK렌터카) 인수 검토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소 렌터카 업체들의 반발로 인수는 무산됐습니다. 이후 제휴 방식으로 간접 진출을 이어왔지만, 현대차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렌터카 업체 인수를 재차 검토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직접 진출을 택했습니다.
규제 환경 변화도 이번 결정에 힘을 실었습니다. 단기 렌터카 업종은 2019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으나, 2024년 말 일몰되며 진입 문턱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독점을 우려해 불허한 것도 현대차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독점 경쟁자가 없어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틈새가 생긴 것입니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KRCA) 등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인가 대수는 130만대를 돌파했고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2030년에는 렌터카 등록 대수가 160만대에 달할 전망이며, 시장 규모도 12조~1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렌터카 사업은 일회성 판매와 달리 안정적인 월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경기 불황기에도 꾸준한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신차 수요가 자동차 렌트 및 리스로 이동하는 트렌드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현대차는 2023년 정관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하며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직접 진출한 바 있습니다. 이번 렌터카 사업까지 더해지면 제조→판매→렌탈→중고차 유통으로 이어지는 순환 생태계가 완성됩니다. 렌트 반납 차량을 곧바로 인증 중고차 시장으로 보낼 경우, 중고차 가격 형성 과정에서 제조사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중고차와의 연계 프로모션을 통해 신차 판매 확대도 할 수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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