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안보를 이유로 수십 년간 닫혔던 접경지역의 '규제 빗장'이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풀릴지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정부가 여의도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여야 지방선거 후보들도 일제히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접경지역 규제 완화에 한목소리를 내자 해당 지역 표심도 기대감에 들썩이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4월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의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가 접경지역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있다. (사진=박찬대 인천시장 후보 캠프)
정부는 오는 9월과 내년 8월 공모를 통해 최대 4곳의 평화경제특구를 지정할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평화경제특구는 안보·군사적 이유로 개발에 제한을 받았던 접경지역을 남북 경제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각종 세금 혜택과 기반시설의 국비 지원, 기업 이전에도 보조금 등이 지원됩니다.
평화경제특구엔 산업단지나 관광·문화단지가 들어섭니다. 이를 조율할 평화경제특구위원회는 그동안 접경지역 개발의 걸림돌이 됐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우회로를 찾고, 근본적 규제 해제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입니다.
정부도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한 생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등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강원도를 찾아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접경지역 근처라는 사실이 악성 운명이라고 생각되지 않게 우리 정부에서 각별한 배려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추미애 '평화경제', 양향자 '기업 유치', 조응천 '규제정비'
평화경제특구법에서 규정한 접경지역은 기초자치단체는 17곳입니다. 이 가운데 경기도가 김포·파주·연천·고양·양주·동두천·포천·가평 등 8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평화 경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접경지역을 한반도 평화의 전초기지로 육성해 경제 중심지로 바꿔놓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 방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파주 등을 평화관광지구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는 '기업 유치'를 내세웠습니다. 경기 남부에 집중된 반도체·인공지능(AI) 클러스터를 북부 접경지역으로 연결하기 위한 물류·산업망(실리콘 하이웨이)을 구축하고, 접경지역 용도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한국형 화이트존'을 도입해 기업 투자를 이끌겠다는 방침입니다.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환경 규제와 군사 규제를 분류해 생태 가치가 높은 곳을 '생태관광 벨트'로, 개발이 필요한 곳엔 인센티브를 제공해 개발을 유도하는 맞춤형 규제 완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또 국방 관련 연구개발 단지 육성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도 공약했습니다.
박찬대 평화 이니셔티브 대 유정복 경제자유구역 유치
인천은 강화군·옹진군이 접경지역입니다. 모두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인접한 지역으로 역사·문화적으로 독특한 가치를 지녀 관광자원으로 활용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박찬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평화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내세워 접경지역의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자신의 핵심 공약인 'ABC+E(AI·바이오·문화·에너지)' 전략에 접경지역의 생태관광 자원을 결합해 평화경제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는 강화 남단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를 통해 기업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중첩 규제 해소를 위해 '인천국제자유특별시 특별법'을 제정해 강화군·옹진군의 규제를 풀고, 농어민들의 실질 소득을 높이기 위한 '농어업인 수당 연 100만원 확대' 등을 공약했습니다.
강원도 '기업 유치' 한 목소리…대형 프로젝트 대 토지 규제 완화
우상호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는 기업 유치를 강조합니다. 그는 접경지역 경제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을 유치하겠단 계획입니다. 자신의 1호 공약 '접경지역 에너지 청정 고속도로'를 통해 확보한 민통선 이남 5㎞의 땅엔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을 짓고, 재생에너지 생산단지를 구축해 기업 유치에 이점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전면 재검토와 단계적 완화를 약속했습니다. 특히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접경지역의 '절대농지(농업진흥구역)'를 해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을 유치하고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겁니다.
두 후보 모두 규제 개혁을 강조하는데 우 후보는 경제특구·에너지고속도로 등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 김 후보는 절대농지 해제 같은 토지 이용 규제 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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