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녹십자, 외형 성장에도 대손충당금 환입…질적 성장 부각
판관비 대손상각비 비용 발생서 '환입'으로 전환
만기 미도래 매출채권도 85.8% 달해 '안정적'
큐레보 2조원대 매각…알리그로 투자 박차
2026-06-05 06:00:00 2026-06-05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2일 14: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녹십자(006280)가 올해 1분기 괄목할 만한 외형 성장과 함께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기반의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제약기업이 매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거래처 관리 부실이나 대금 회수 지연으로 인한 대손 부담을 함께 떠안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녹십자는 오히려 장부상 묶여 있던 대손 비용을 환입시키고 매출채권 포트폴리오를 우량화하는 등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 전략을 보였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녹십자 본사. (사진=녹십자]
 
판관비 방어 일등공신 된 '대손상각비 환입'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의 손실충당금 잔액이 감소한 이유는 자회사 매각에 따른 연결 범위 변동과 채권 회수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녹십자는 올 1분기 주요 종속기업이었던 녹십자웰빙 등의 지분을 처분하면서 연결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자회사가 자체적으로 안고 있던 매출채권 손실충당금 28억 1900만원이 연결 재무제표 합산 과정에서 통째로 빠지게 되면서 전체 손실충당금 규모가 급감하는 회계 효과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본업에서의 채권 회수 및 건전성 관리도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녹십자는 올해 1분기 1억 4200만원의 대손충당금 환입을 인식했다. 회계상 충당금 환입은 과거에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비용(대손상각비)으로 쌓아두었던 대금 중 일부가 실제로 회수됐거나, 거래처의 신용도가 회복되어 대손 위험 지표가 낮아졌을 때 발생한다. 당분기에 설정된 환입액은 판관비 내 대손상각비 항목을 차감,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추가 대손 비용 부담이 가중됐던 전분기 흐름과 대비되는 지표다. 녹십자는 전분기 매출채권에 대해 10억 5700만원의 손실충당금을 새로 설정하며 이를 고스란히 영업비용으로 부담한 바 있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추가 설정 대신 환입세로 돌아서며 채권 유보액의 상각 부담을 덜어냈다.
 
더욱 고무적인 대목은 녹십자가 당분기 매출액 43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3838억원)보다 13.49%(518억원) 증가한 와중에 대손 비용 환입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매출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신(외상) 공급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대손 위험과 손실충당금 적립 규모가 함께 커지는 딜레마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외형성장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며 내실 경영 전략이 의도한 대로 현장에서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매출액이 늘어남에도 대손 비용이 줄어드는 이상적인 재무구조를 안착시킨 셈이다.
 
 
채권 85.8%가 '만기 미도래'…특정 거래처 쏠림 없는 분산 구조
 
올 1분기 기준 녹십자가 보유한 매출채권 총장부금액 3820억원의 세부 연령구조를 뜯어보면, 전체 채권 중 만기일이 아예 도래하지 않아 부실화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만기 미도래' 채권이 무려 3277억원에 달해 전체의 85.8%를 차지했다.
 
특정 거래처에 수익성과 매출채권 손실 리스크가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도 원천 차단한 상태다. 녹십자 분기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의 매출채권에 대한 기술에 따르면 "연결기업의 중요한 신용위험의 집중은 없으며 다수의 거래처에 분산돼 있다"고 명시됐다. 특정 거래처의 재무위기로 채무를 갚을 수 없는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회사 전체 재무구조에 미치는 충격이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녹십자의 만기 미도래 채권 비중(85.8%)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 여타 제약사들이 매출채권 회수기간 연장과 만기 경과 채권 부실화로 골머리를 앓는 것과 달리, 녹십자의 차별화된 우량 여신 관리 기조는 단순한 회계상 수치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현금흐름 강화를 뒷받침할 핵심 자산완충력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2017년 미국에 설립했던 '큐레보 백신'을 최근 미국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매각,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다. 이번 거래는 최대 15억달러(약 2조 2600억원)에 달한다. 큐레보의 지분 20.3%를 보유한 대주주인 녹십자는 이번 계약으로 총 459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수령한다. 이 중 확정 선급금이 3066억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1533억원 규모다.
 
이번 매각으로 향후 위탁생산(CMO) 매출과 판매 수수료(로열티)가 장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10월 큐레보와 아메조스바테인 글로벌 상업화 물량 일부에 대한 CMO 권리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본격적인 제품 상업화가 예상되는 2031년부터는 중장기 수익구조가 더욱 다각화되는 효과를 누리게 될 예정이다.
 
녹십자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이유에 대해 "알리글로 미국 매출 확대를 위해 현지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충북 오창 공장 등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출채권 관리의 경우 당사의 사업부가 여러 개로 나뉘어있어 이에 따라 발생하는 매출 역시 다각화돼 있는 데다 비중도 사업부마다 고르게 분포돼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처 역시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다 해당돼 있으며 시중 약국 등과도 거래 중이어서 거래처 쏠림 현상이 적다"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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