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사흘째 파랗게 질렸다. 전날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검은 화요일'에 이어 '검은 수요일'이라는 키워드가 뉴스 헤드라인에 도배됐다.
주식시장에서 보통 대폭락 장세가 나타날 때 '검은 O요일이'라고 표현한다. 첫 등장은 미국의 대공황 시기였던 1929년 10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하루에만 다우존스 지수가 12.8% 급락했다. 재앙, 절망, 공포 등을 상징하는 '검은색'이 월요일 앞에 처음 붙었다.
검은 월요일이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계기는 1987년 10월19일의 급락 장세였다. 다우존스 지수가 22.6% 떨어지면서 역사상 가장 큰 단일일 하락률을 기록한 것. 이 폭락장이 전 세계 증시로 연쇄 파급되면서 검은 월요일은 주가 대폭락을 가르키는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올 들어 한국 증시에 검은 O요일은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검은 월요일부터 검은 금요일까지 모든 요일이 최소 한 번 이상 검게 물들었다. 역사적으로 '검은 O요일'이 나타날 때에는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대형 악재가 수반됐지만, 올해의 검은 요일들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 극심한 변동성이 있다. 올해 초 5000포인트를 넘겼던 코스피 지수는 단 몇 개월 만에 9000포인트도 돌파했다. 1만포인트를 달성도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상승 랠리가 거셌던 만큼 조정 속도도 가팔랐다.
7월 한 달간 매도 사이드카와 매수 사이드카가 번갈아 발동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서킷브레이커가 울린 날도 나흘이나 됐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의 7월 낙폭은 34%에 달했다. 국가부도위기를 겪었던 1997년보다도 크다.
'9000피' 돌파 때에는 경쟁적으로 공치사를 하던 이들이 급격한 조정 앞에서는 남 탓을 하기 바쁘다. 현재 대부분의 화살은 5월 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모아진다. 코스피 시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으로 구성된 ETF가 변동성을 더 키웠고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성급한 ETF 상품 출시를 야기한 정책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지만, 정작 정책입안자들은 책임있는 성찰은커녕 투자자의 성향을 탓하거나 증권업계의 자구책만을 종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이를 정쟁거리로 비화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압박을 하자 당국에서는 이제서야 이런 저런 보완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자산이 얼마나 회복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설익은 정책적 판단이 국장에 대한 신뢰를 또 한 번 무너뜨린 셈이다.
그럼에도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은 견조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고점 대비 지수가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절대적인 수치로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제라도 건강한 자본시장 구축을 위해 보다 정돈되고 내실이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김진양 증권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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