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까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길이 한층 좁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본까지 국내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 전략에도 부담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과 재무성은 최근 한국·중국·대만산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일본제철과 JFE스틸 등 현지 철강업체들의 신청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에도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일부 도금강판 제품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조사 대상은 열연·냉연 강판류입니다. 해당 제품은 자동차와 가전, 산업기계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주요 철강 제품입니다. 일본 측은 지난 2월 제출한 무역 조사 신청서에서 한국·중국·대만산 제품이 자국 시장에서 정상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통되면서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조사 대상 제품들이 정상 가격보다 최대 50% 낮은 가격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번 조사는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으로 위기감을 느낀 일본이 자국 내수 시장의 방어막을 높이는 과정으로도 풀이됩니다. 정부 발표 직후 마사유키 히로세 일본철강연맹 회장은 성명을 내고 “일본 역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의 필요성이 갈수록 시급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로 이미 어려운 수출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과 EU에 이어 일본까지 수입 규제 움직임에 가세하면서 주요 수출 시장에서 동시에 통상 장벽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했습니다. EU도 내달 1일부터 관세를 물리지 않는 철강 제품 수입 물량을 기존 연간 3500만톤(t)에서 1830만t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는 현행 25%보다 높은 50% 관세를 적용하는 새 기준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일본은 미국, EU와 함께 국내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꼽힙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수출량은 2824만9369t으로, 이 가운데 일본향 수출은 338만4314t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수출량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1.98%입니다. 올해 1~4월 미국·EU·일본 3개 지역에 대한 철강 수출량은 389만6316t으로, 전체 수출량 964만4248t의 약 40%에 달했습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한 작업자가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
이에 국내 철강업계는 시장별 대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일본의 경우 현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세부 원가 자료와 가격 산정 근거를 소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일본 측의 현지 실사와 자료 제출 요구에 대비해 대일 수출 마진과 거래 조건을 재점검하는 한편, 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가격 약속 제안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EU를 상대로는 정부 차원의 통상 대응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네바에서 진행되는 실무 협상과 별도로 통상 수장이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을 잇달아 찾아 고위급 설득전에 나서는 등 막판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새 기준 시행 시점이 임박한 데다 EU 내부에서도 자국 철강산업 보호 여론이 강한 만큼 단기간에 예외나 완화 조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당장 일본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사 착수만으로도 가격 협상과 수출 계약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에 이어 일본까지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요 수출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반덤핑 관세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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