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위원회 출신의 관료로서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를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업계의 핵심 과제들을 실질적으로 관철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려 아쉽다는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 간판과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사진=손해보험협회, ChatGPT 합성)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23일 제55대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선임된 이병래 손보협회장은 오는 12월22일로 3년간의 임기가 만료됩니다. 그는 대전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제32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와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1999년 금융감독위원회를 시작으로 비은행감독과장, 보험감독과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금융정책과장, 대변인, 금융서비스국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역임했습니다. 이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 부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24년에는 당면한 현안 과제 해결과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하며 △비급여·실손보험 정상화 △자동차보험 경영 정상화 △보험사 리스크 관리 제도 선진화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안정적 정착 등을 핵심과제로 제시했습니다.
2025년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보험금 누수 등 상시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내실 강화 △혁신 성장 △신뢰 회복 등 3대 중점 과제를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26년에는 △리스크 대응 역량 제고 △성장 펀더멘털 확립 △신성장동력 확보 △소비자 중심 가치 확대 등 4가지 중점 과제를 발표하며 임기 마무리 스퍼트에 나선 바 있습니다.
말뿐인 누수 방지, 당국 거수기 전락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매년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구조적 보험금 누수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 관리 강화 및 상급병실·첩약 심사 기준 강화 등을 추진해 왔습니다. 다만 제도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으로 인해 손해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협회가 당국의 대변인 역할에 치중한다는 쓴소리도 흘러나왔습니다. 이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연내 출시되어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금융당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기본자본 규제 등 건전성 제도 도입과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안착 역시 "금융당국을 지원하고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거듭 명시하면서, 관료 출신 협회장으로서 업계의 입장을 옹호하기보다 당국의 정책 수행과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데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아가 △부당 승환 계약 근절 △불건전 광고 점검 △판매 채널 모집 질서(수수료 체계 개선) 강화 등 금융당국이 꺼내든 규제안에 대해서도 민관이 합동해 결과를 도출해가고 있지만 손보업계 현실을 완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규제 장벽에 막힌 신사업, 공약마저 '공수표'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신사업 부문 역시 번번이 규제 장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평가가 나옵니다. 이 회장은 헬스케어, 요양·돌봄 서비스 등 보험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계 신사업 진출을 위해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자회사 설립 및 부수 업무 확대 등을 추진했으나 금융위 출신이라는 이력 무색하게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간의 정교한 정책 조율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손보업계의 신성장동력 발굴은 정체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관료 출신 협회장이 규제 해소는커녕 당국의 압박 카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향후 금융권 협회장 인선 기류 역시 시장을 잘 알고 실질적인 이익을 사수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탄력을 받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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