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도우미부터 제품 검수까지…로봇, 산업현장 속속 배치
중 로봇, ‘퍼포먼스’서 ‘산업용’으로 확대
조립, 분류, 품질 검사에 두루 투입·활약
“중, 이미 최강”…정부가 기업 성장 지원
2026-07-20 16:53:07 2026-07-20 17:01:36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중국의 ‘로봇 굴기’가 위협적인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스포츠나 댄스 등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국한됐던 중국 로봇들이, 단순 쇼맨십을 넘어 산업 영역에 직접 투입되는 등 실제 활용 단계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 역량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까지 끌어올리면서 본격적으로 경쟁력을 굳히는 양상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제조사와 소부장 등 관련 기업들이 유기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지난 17~20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에서 애지봇의 로봇이 행사장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애지봇 링크드인)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며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는 주요 기업들의 로봇 제조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제조사들은 로봇을 행사 운영에 직접 투입하는 등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퍼포먼스’ 끝…공장 가는 로봇들
 
행사에서 가장 눈길은 끈 대목은 산업용 로봇의 진화였습니다. 그동안 퍼포먼스 중심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 로봇들이, 실제 산업 현장 투입을 염두에 둔 제품군들로 대거 양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국 매체 판데일리(Pandaily)는 “WAIC 2026에서 선보인 로봇 시연은 춤이나 곡예보다는 실제 산업 작업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기업들은 조립, 분류, 품질 검사 등 전체 생산라인을 전시장에 가져와 시연했다”고 평했습니다.
 
중국 제조사 마이크로 인텔리전스는 제품을 검수하는 지능형 검사 로봇을 공개했습니다. 대회에서 공개된 ‘다중팔 협업 검사 로봇’은 여러 개의 로봇 팔이 부품을 감지해 초고속으로 검사하는 방식으로, 높은 검사 정확도와 이미징 기능을 자랑했습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인텔리전스의 제품들은 이미 중국과 독일 등 주요국 자동차 업체에 도입돼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단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검사·소방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중국 대표 로봇 제조사인 유니트리는 전력 검사와 화재 구조 등 위험 환경에서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중국 대표 로봇 제조사인 애지봇’은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로봇의 검수 작업을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로봇이 총 64시간 동안 태블릿 1만7625대를 검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성공률은 99%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애지봇의 로봇들이 룽치테크 공장에서 태블릿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애지봇 유튜브 화면 캡쳐)
 
사용자 파트너가 된 로봇개

일상생활에 친화적인 로봇의 발전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애지봇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행사장에서 길을 묻는 관람객에게 이동 경로를 안내하거나 보이차를 내려 관람객에게 건네는 등 행사 도우미 역할을 해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AI를 탑재한 ‘체화지능(Embodied AI)’ 기반 로봇이 서비스 제공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중국 제조사 ‘브이봇’(Vbot)은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로봇개를 선보였습니다. 단순히 사족보행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사용자와 함께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 냈습니다. 브이봇의 로봇개는 사용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AI 파트너를 지향하며, 인간과의 소통뿐 아니라 물건을 대신 들어주는 등 일상 속 보조 업무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가정용 로봇도 빠질 수 없습니다. 중국 스타트업 퓨처 낫 파(Future Not Far)이 공개한 로봇 F2는 빨래를 개고 옷을 정리하는 등 집안 일을 도맡았습니다. 눈 앞의 사물을 색깔별, 종류별로 구분하는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휴머노이드 생산량, 중 ‘압도적’
 
이번 전시는 당초 퍼포먼스에 중점을 뒀던 중국 제조사들의 기술 역량이 실전 투입을 할 정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퍼포먼스로 하드웨어를 과시하다가, 그간 부족하다고 평가됐던 휴머노이드 제조 데이터도 1~2년 사이 상당 부분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로봇은 AI 기술력이 관건인데 ‘키미’ 등 AI 컴퓨팅 성능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중국은 최고 수준의 생산 역량을 구축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연간 휴머노이드 로봇 설치 기준 글로벌 시장 순위는 △애지봇 △유니트리 △유비테크 △러쥐 △테슬라 순으로, 1~4위를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했습니다.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위협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은 2026년 하반기에 상용화의 중요한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중국은 업체들이 상업적 활용 사례를 구체화하고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26년까지 연간 생산량이 최대 94%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6일 로봇들이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를 앞두고 전시 부스에 진열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적극 지원…이미 세계 최강
  
전문가들은 로봇 굴기의 배경으로 정부 지원이 주효했다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지방정부와 협력해 지역 기업을 연결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유니트리가 있는 항저우의 경우, 클러스터를 잘 조성해 사무실 임대료 무료 등 창업 문턱을 낮췄고, 관련 박사학위도 지원한다. 부도가 났을 때 돈도 대신 대준다”며 “사실상 지방정부가 벤처 캐피탈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방정부부터 전략적인 지원 정책을 집행한다”며 “로봇 쪽으로 봤을 때, 항저우시 한 곳이 보통 국가 규모보다 더 크게 지원하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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