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이중잣대 논란에 가계대출 규제 신뢰 흔들
2026-07-23 15:34:07 2026-07-23 15:44:21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정부가 금융권 가계대출에 이어 대기업 사내대출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금융 규제 밖에 놓인 개인 간 고액 근저당 거래에 대해 '이중잣대'를 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거래 주체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가계부채 관리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사적 근저당 '정상거래' 판단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수인을 상대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금융권 대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는 방식으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한 사례기 때문입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각각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50평형대(전용면적 164.25㎡) 아파트는 지난 16일 김모씨와 조모씨 공동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습니다. 이와 함께 거래가액의 약 61%에 해당하는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도 설정됐습니다. 사실상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형태의 거래가 이뤄진 셈입니다.
 
이 대통령 역시 과거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아파트 지분을 담보로 채권최고액 7억원대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같은 거래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개인 간 채권·채무인 '사인 간 채무'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가계대출 총량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대표적인 '꼼수 거래'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던 방식입니다.
 
정부가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사인 간 채무를 고강도 세무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던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지난 5월 부동산 탈루 혐의자 12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조사 대상 유형으로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현금 부자 및 사인 간 채무 과다자'를 포함했습니다. 이후 고가 주택 취득 과정에서의 편법 대출과 자금 출처를 집중 검증해 부동산 탈세 혐의자 231명을 조사했고, 2431억원의 탈루 규모를 확인해 500억원대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반면 국제청은 대통령의 사적 근저당 거래에 대해선 세금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증여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관련 신고와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증여 문제가 없다면 세금과 관련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언론을 통해 파악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세무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거래지만, 일반 국민에게 엄격하게 적용했던 기준과 비교하면 정부가 스스로 규제의 일관성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인 간 거래 '감독 사각지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대기업의 사내대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자율적인 통제 강화를 사실상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 삼성전자와 두나무 등의 고액 사내대출이 금융권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삼성전자 사내대출을 직접 언급하며 DSR 수준의 관리 필요성을 공론화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내대출이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만큼 금융권 대출처럼 직접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금융권 대출과 합산될 경우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차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기업들의 자율적인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반면 개인 간 고액 주택자금 대여나 사적 근저당 거래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기준이나 감독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금융회사는 차주의 상환능력과 담보가치,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지만 사인 간 거래는 금리와 만기, 상환능력 심사 등을 관리할 공적 장치가 사실상 없습니다. 금융권 대출 우회 가능성에는 촉각을 세우면서도 규제 밖에 있는 사적 자금조달 방식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위법한 사안은 아니지만, 부동산·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해 온 정부의 정책 신뢰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사안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문제"라며 "정부가 국민에게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사내대출까지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적 근저당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국민들에게 이중 잣대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규제로 국민이 겪는 불편은 상당한데 대통령은 이를 비켜간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근저당 설정은 개인 간 계약으로 금융권 대출과 동일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법적 문제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인 간 근저당 거래 자체는 가능한 방식이지만 일반적인 주택 거래 형태로 보기는 어렵다"며 "거액의 자금을 장기간 유예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거래여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중인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지난해 9월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 이 대통령과 인사 중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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