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즉시 도입하기보다 정부의 기본예탁금 3000만원 상향 조치 효과를 먼저 지켜본 뒤 추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ETF(상장지수펀드)' 명칭이 분산투자 상품이라는 본래 취지와 맞지 않아 투자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고위험 상품으로 별도 구분하는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레버리지 배율을 직접 조정하는 방안은 수익자총회 등 절차 부담이 큰 만큼 당장 추진하기보다 기술적 대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상장폐지 등 강도 높은 조치보다는 상품성을 낮춰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산운용사·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ETF는 본래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낮추는 상장지수펀드인데, 단일종목 상품에 ETF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상품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현재 상품은 사실상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고위험 상품"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기존 ETF와 같은 성격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ETF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특위는 향후 단일종목 상품을 ETF가 아닌 ETP(상장지수상품) 등 별도 고위험 상품으로 구분하는 방안과, 필요할 경우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위 소속 김남근 의원도 "ETF는 여러 종목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기본 개념인데 단일종목 상품은 그 자체로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강일 의원 역시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투기를 조장하는 상품으로 기존 ETF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특위는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다만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반도체 종목들도 큰 변동성을 보였다"며 "시장 변동성의 주된 원인은 아니지만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특위는 당장 상품을 시장에서 퇴출하기보다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의 보완책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레버리지 효과를 낮추는 등 상품성을 조정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기본예탁금 3000만원 상향 조치의 효과를 지켜본다는 방침입니다. 오 위원장은 "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올리면 관련 계좌 수는 10만여개에서 1만개 수준으로 줄고 거래 규모도 약 6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면 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족하다면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도 투자자 상담과 교육을 강화하고 위험 고지를 확대하는 등 자율적인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특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선 상품 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언급됐습니다. 레버리지 배율을 직접 조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기초자산 지수 산정 방식을 바꾸는 등 다양한 기술적 대안이 논의됐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특위는 2배 레버리지를 직접 1.5배 등으로 낮추는 방안보다는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오 위원장은 "논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기초 자산 지수 배율을 1이 아니라 0.75로 낮춰서 2배로 하면 레버리지 배수가 1.5배 되는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자산운용업계는 기존 상품의 레버리지 배율을 변경하려면 투자자총회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예탁금 상향과 괴리율 관리 강화, 투자자 교육 강화 등의 조치가 우선 시행되는 만큼 효과를 지켜본 뒤 추가 대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오 위원장은 "급하게 상장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상품성을 낮추고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당초 8월 중 시행 예정이던 기본예탁금 3000만원 상향 조치를 오는 31일로 앞당겨 조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24일 하루에만 개인 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14종을 4500억원 넘게 순매수하는 등 수요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기형(왼쪽)·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K-자본시장특별위원회와 자본시장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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