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함께했던 수사관들이 내년 대거 공수처를 떠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내년에만 수사관 17명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현재 공수처 수사관 현원(37명)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공수처법상 수사관 임기는 6년으로, 매번 심사를 거쳐 임기를 갱신해야 합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은 공수처 수사관들의 박탈감을 키웁니다. 중수청 수사관은 별도 심사 없이 정년 60세를 보장해서입니다. 불안정한 신분 구조 탓에 공수처의 인력 이탈과 수사력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2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에선 내년 5월 수사관 7명을 시작으로 총 17명의 수사관이 임기연장 심사를 받습니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할 당시 대거 채용됐던 '1기 수사관'들의 임기 만료가 순차적으로 다가온 결과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10조(수사처수사관)엔 "수사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고, 연임할 수 있으며, 정년은 60세로 한다"고 규정됐습니다. 그런데 연임은 '자동 연장'이 아닙니다. 근무성적과 평점 등을 심사받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오는 10월2일 출범하는 중수청의 수사관은 별도의 임기 제한 없이 정년 60세가 보장됩니다. 이 때문에 공수처 내부에선 경찰·검찰 출신 수사관을 중심으로 고민과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같은 국가공무원 신분임에도 공수처 수사관에게만 유독 불리한 조건이 적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인 겁니다.
공수처 수사관의 처우는 원칙적으로 검찰 수사관과 동일합니다. 공수처법 제12조(보수) 4항엔 "수사관의 보수와 대우는 4급 이하 7급 이상의 검찰직 공무원의 예에 준한다"고 됐습니다. 중수청 수사관 역시 기존 검찰 수사관의 처우를 보장받는 점을 고려하면, 공수처와 중수청 수사관의 보수 차이는 크지 않을 걸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6년 단위 임기제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불이익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6년 단위로 임기가 단절됨에 따라 20년 이상 근속할 경우 지급되는 명예퇴직 수당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소득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권 대출에서도 제약을 받는다는 게 공수처 수사관들의 공통된 증언입니다.
공수처 안팎에선 중수청으로의 이직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현재 공수처 수사관 37명 중 경찰 출신은 15명, 검찰 출신은 10명, 변호사·금융위원회 등 출신은 12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공수처 수사관 A씨는 "경찰 출신 수사관들 사이에선 중수청 이직을 고려하는 기류가 있다"며 "경찰에서 공수처로 오고 싶어 하는 인원도 많았지만, 최근엔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공수처 수사관 B씨는 "경찰 출신으로 공수처에 경감 특채돼 6급 대우를 받고 있는 동료들이 중수청으로 가면 변호사 자격만으로 5급부터 시작하게 된다. 사실상 진급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라며 "공직사회에서 무경력자에게 5급을 주는 건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조건이다. 우리는 6년씩 임기를 걸고 매번 심사를 받는데, 중수청은 자격증만 있으면 바로 5급부터 시작한다니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수사관 C씨는 "변호사 출신 수사관의 경우 임기제 문제보다도 경력 관리(스펙) 때문에 공수처보다 중수청으로 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변호사들은 결국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건을 수임해야 하므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할 수 있는 중수청이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출신 수사관의 경우 중수청의 파격적인 채용 조건도 이직 고민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중수청 임용령안에 따르면, 경찰관은 관련 경력을 갖춘 경위·경감의 경우 6급, 경정은 5급 수사관 경력 채용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는 관련 수사 경력이 없어도 바로 5급으로 채용될 수 있습니다. 자격 취득 후 관련 분야 경력이 4년 이상 있으면, 4급으로 응시도 가능합니다.
공수처 검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수처 검사 D씨는 "공소청으로 가면 정년이 63세까지 보장되는데 공수처는 그렇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가 갑자기 공수처로 올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공수처 검사는 임기 3년에 3번 연임을 거쳐 최대 12년까지 재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중수청은 만 63세까지 임기를 보장합니다.
또 다른 검사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라는 권한을 가졌다는 이유로, 대외적으로 너무 많은 제약을 걸어놓은 것 같다"며 "3년 임기 때문에 더 있고 싶어도 있지 못했던 검사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수처 수사팀이 어느 쪽이든 소신껏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라고 부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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