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57개" 첫 언급…한반도 비핵화 '리셋'
APEC 계기 북·미 회담 '로드맵'…핵 군축→제재 완화 수순
2026-08-20 17:26:36 2026-08-20 17:35:3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북한이 57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구체적 수치까지 내놨습니다. 여기에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비핵화 기조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대북정책이 '리셋'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2020년 선거를 전후해 미국 유권자 파일 2억2000만건을 입수했다"라고 주장하며 당시 외국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뉴시스)
 
'러브콜' 구체화…비핵화엔 '애매모호'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면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국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하는 아시아 순방 때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김 위원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은 날이 지날수록 구체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 회담 당시의 사진을 올리는 수준의 구애가 북한이 가장 불편해하는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로까지 발전했습니다. 특히 해당 훈련에서 북한에 대한 '반격 훈련'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김정은)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들어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하기는 했지만 핵무기 수를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습니다. 지난해 3월에도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a lot) 갖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 묻자 "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억지 체제'를 무력화한 데 이어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비핵화 기조에 대한 명확한 답변까지 피한 상황입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을 돕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을 때 기분이 별로였다"고 짚었습니다. 북한을 지렛대 삼아 한국에 대미 투자까지 압박하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무장론 '고개'…비핵화 접근법 '변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반도 정세에 거센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핵무장을 헌법에까지 명문화한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비핵화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협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핵보유국 인정→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북·미 대화의 실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동북아시아를 향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합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지만 이란 전쟁에서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시선을 한반도 주변 동북아시아로 돌린다는 건데요. 이미 9월2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통한 미·중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APEC 계기 아시아 순방이 예고돼 있습니다. 또 미국 중간선거의 패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면전환용 카드로 '북·미 대화'를 더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핵에 대한 동결→축소→폐기라는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이 현실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북핵 동결에서 폐기로 이어지는 데 소요되는 시간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저지에 협상을 주력할 경우 한반도 위협은 여전합니다. 결국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한·미 연합훈련 축소로 대북 억지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 교수는 "핵무장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핵무장론은 미국의 비확산 기조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오히려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정 등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일각의 핵무장론에 선을 그으며 미국을 통한 '확장억제'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중간선거 패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카드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훈련 축소와 핵보유국 지위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 가변적 요소"라며 "북한은 오히려 일관성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화의 문턱을 높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훈련의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 공격적 성격의 군사연습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찍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 미국 의회의 찬성을 얻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북·미 대화 가능성 자체가 낮은 만큼 핵무장론까지 이어지는 것도 어렵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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