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 석화 통합 승인…‘여수 1호’도 탄력
LDPE·EVA 시장 3개 사업자로 재편
시장 지배 우려…가격·공급 5년 제한
2026-08-20 14:41:26 2026-08-20 14:52:01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체질 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인 ‘대산 1호’ 사업 재편이 규제 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며 구조조정의 첫발을 뗐습니다.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과 공급 축소를 원천 차단하는 시정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뼈를 깎는 설비 통합으로 생존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뒤이은 여수 산단 사업 재편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롯데케미칼(011170),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위해 신청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승인에 따라 HD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한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합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해 공동 지배하는 체제로 재편됩니다. 양사는 대산산업단지에 분산됐던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하나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회복하고 중복 비용을 덜어낼 계획입니다.
 
공정위는 통합 과정에서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경쟁이 약화될 가능성에 주목해 강도 높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결합 이후 해당 제품 시장의 경쟁 사업자가 기존 한화·LG·롯데·HD현대 등 4곳에서 롯데가 빠진 3곳으로 줄고, 3사 합산 점유율이 LDPE 82%, EVA 95%에 달해 가격 담합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의 생산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가격을 올릴 경우 시장에 미치는 타격이 막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향후 5년간 LDPE와 EVA의 국내 가격 변동률이 수출가격 변동률을 웃돌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묶었습니다. 수출가격이 오를 때는 덜 올리고, 내릴 때는 동일하게 내리도록 해 자의적인 가격 인상을 막았습니다. 또 기존 생산하던 모든 규격의 제품에 대해 국내 수요자가 요청하는 물량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규정해 공급 부족 사태를 방지했습니다.  
 
전성복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석유화학 사업 재편 관련 대산 1호 기업결합 건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보 독점에 따른 담합 가능성도 차단했습니다. 계열사 간 가격이나 원가, 재고량 등 민감한 정보 교환을 엄격히 금지하고, 관련 임직원의 겸임이나 업무 복귀 시 일정 기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대산 1호 승인은 향후 이어질 석화업계 구조조정의 핵심 잣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009830), DL케미칼, 여천NCC가 추진 중인 ‘여수 1호’ 사업 재편도 공정위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두 사업 재편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시장 구조가 복잡해집니다. 대산 1호를 통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을 공동 지배하는 가운데, 여수 1호에서는 롯데케미칼이 한화솔루션·DL케미칼 등과 함께 여천NCC를 공동 지배하게 됩니다. LDPE와 EVA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HD현대케미칼과 여천NCC가 롯데케미칼을 매개로 지분이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공정위는 “여수 1호 등 이어지는 석유화학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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