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9월 8일 17:0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리츠 시장은 부동산 간접투자의 한 축으로 성장했지만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외형에 가려진 구조적 위험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높은 배당 의무와 차입 의존도가 맞물린 상황에서 자산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대주단의 담보 조건 강화가 겹치면 차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상장리츠 23곳의 단기채무 상환 능력을 비롯해 차입·유상증자 구조, 신용평가와 위험 공시 체계를 차례로 점검한다. 이를 통해 제2의 제이알 사태를 막기 위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국내 상장 리츠 대부분이 보유 현금보다 많은 차입금의 만기를 1년 안에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는 임대수익 상당 부분을 배당하고 만기 도래 차입금을 차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현금보다 단기차입금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유동성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동산을 담보로 차환하는 리츠의 사업 구조상 자산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 차환 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해외 자산을 보유한 리츠는 현지 대주단의 담보인정비율(LTV) 조건과 캐시트랩 약정에 따라 장부상 현금과 임대수익이 국내 채무 상환에 쓰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1년 내 차입금 도래…현금 유동성 '경고등'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운용 리츠는 7월 말 기준 총 470곳, 총자산 규모는 127조 3000억원에 이른다. 10년 전 대비 리츠 개수는 2.8배, 자산 규모는 약 5배로 커졌다. 이 중 상장 리츠는 총 23곳으로 시가총액은 총 8조 4360억원에 달한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의 규율을 받는 주식회사 형태의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오피스나 호텔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료와 매각 차익 등을 재원으로 배당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리츠의 자본 조달을 통해 임대주택 등 공공·공익 시설 건설과 운영에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법률에 따라 배당가능이익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의무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 늘 공존한다. 대출 만기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한 현금을 곳간에 쌓아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산 규모가 크더라도 당장 가용할 현금이 없으면 차입금을 갚지 못하는 위험에 처한다. 그렇다고 해서 배당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예로, 대신밸류리츠는 5월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72억원인 반면 유동부채는 4075억원에 달했다. 내년 3월 만기가 돌아오는 총차입 규모만 4066억원이다. 주석에 따르면 향후 이자를 포함해 1년 안에 지급해야 할 차입금 관련 현금흐름은 약 4181억원이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모두 가용해도 4000억원가량 부족하다. 회사도 재무위험관리요소 항목에 차입금 및 기타부채의 유동성 위험이 존재하고 있으며 차입한도 유지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유 자산의 담보가치를 고려하면 당장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다. 보유 중인 서울 소재 대신343빌딩의 장부가액은 6933억원, 감정평가액은 7258억원으로 차입금 대비 LTV는 각각 58.6%, 56%다. 장부가 기준 60% 미만으로 타 상업용 부동산 대비 안정적인 수준이다. 보유 중인 자산가치는 지난해 11월 6620억원에서 올해 8월 7284억원으로 10% 증가했다.
다만 4066억원 규모의 담보대출을 만기 때 차환해야 하는 만큼 실제 상환 여력은 리파이낸싱 시점의 자산가치와 금리, 대주단이 인정하는 LTV 수준 등에 영향을 받는다. 현재는 감정평가액 상승으로 담보여력이 확보돼 있지만 향후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거나 금융기관의 대출 조건이 강화될 경우 차환 금리가 높아지거나 일부 원금 상환을 요구받을 가능성은 있다. 반대로 현 수준의 자산가치와 LTV가 유지된다면 추가 차입 여력도 존재하는 만큼, 대신밸류리츠의 경우 단기적인 유동성 위험보다는 향후 차환 조건의 변화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어
디앤디플랫폼리츠(377190)는 6월 말 연결 기준 전체 차입금과 사채 6720억원 가운데 91%인 6116억원의 만기가 1년 안에 도래하지만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은 425억원에 그친다. 다행히 지난 7월 세미콜론문래 타워를 6148억원에 매각하면서 당장 필요한 재원은 확보한 상태다. 매각대금으로 자산에 연결된 담보대출을 상환하면 차환 위험은 상당 부분 낮아진다. 그러나 임대수익을 내던 자산이 빠지면서 금융비용과 배당 부담은 여전히 잔존하게 됐다.
해외 자산에 묶인 유동성
해외 자산을 보유한 상장 리츠는 유동성 대응 구조가 더욱 복잡하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공실률 확대와 ESG 요건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해외 자산을 보유한 리츠를 중심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차입부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오피스 중심으로 자산구성 된리츠는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세에 힘입어 자산가치 하락 등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과거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를 편입하면서 현지 금융회사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초 연 1%대였던 대출금리는 지난 2024년 말 차환 과정에서 연 4%대로 급등하며 이자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담보가치까지 떨어지자 현지 대주단은 지난 4월 캐시트랩을 발동했다. 임대료 수입을 현지 대출 상환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면서 국내 리츠로 들어오던 현금흐름은 끊기게 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외 자산에서 임대료가 발생하고도 국내 전자단기사채와 공모 사채 만기에 활용하지 못했고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상장 리츠 중 해외 자산을 해외 부동산을 직접 또는 펀드·자리츠를 통해 보유한 곳은 총 8곳이다. 대부분 미국 소재 부동산을 보유 중이며 일본, 벨기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다양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처럼 캐시트랩이 실제 발동한 것은 아니지만 담보가치 하락 시 현지에서 자금이 묶일 수 있는 약정을 공시한 곳은
KB스타리츠(432320)와
마스턴프리미어리츠(357430)였다.
먼저 KB스타리츠가 보유한 벨기에 브뤼셀 노스갤럭시타워(North Galaxy Towers)의 현지 담보대출에는 담보인정비율(LTV)을 68.5% 이하, 부채 대비 수익률을 6%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를 위반하면 대주단은 약정 기준에 미달하는 금액을 별도 유보 계좌로 이체할 수 있으며, 차주는 추가 자금을 예치하거나 대출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 KB스타리츠는 벨기에 자산의 LTV가 캐시 트랩 기준에 근접해 있어 자산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B스타리츠는 보고서 작성 기준일 현재 대주단 평가 기준 LTV가 65%로 약정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캐시트랩이 발동한 상태는 아니다. 다만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 517억원 가운데 약 153억원은 벨기에 현지 부대비용을 위한 에스크로 계좌에 들어 있어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장부상 보유 현금 전액을 국내 차입금 상환이나 배당 재원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에도 유사한 현금 유보 조항이 설정돼 있다. 현지 대출 약정에 따라 대주단이 산정한 LTV가 65%를 넘으면 초과분만큼 현금을 추가로 유보해야 한다. LTV가 70%를 초과할 경우에는 기준을 넘는 금액에 해당하는 대출금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공시를 통해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가운데 사용이 제한된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현금 유보 조항이 발동한 것은 아니지만,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임대료 등 현지에서 발생한 현금이 국내로 유입되기 전에 대출 상환 재원으로 묶일 수 있다.
한 상장 리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해외 부동산에 관심 갖는 리츠들이 늘고 있다. 물론 제이알글로벌리츠 사례처럼 유동성을 넘어서는 외부 차입으로 캐시트랩에 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내 리츠 구조상 이익 대부분을 배당해야 하니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제 2의 제이알글로벌리츠 사례가 또 없을 거란 확신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단기사채 상환에 실패한 이후 상장리츠 전반으로의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에 대한 시장 관심이 확대됐다"면서 "단기사채 활용 규모가 높은 리츠의 경우 만기구조가 짧고 투자처가 일부 기관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하여 대체 유동성 확보 수준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번 하반기에는 유동성 위험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거란 전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6년 상반기 리츠 신용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리상승기에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시장성차입부채 활용이 확대되며 자산과 부채 만기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라면서 "또,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비용 증가에도 초과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경우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