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벨트 주거 미스매치)③"자료 없다" 손 놓은 지자체…해법은 ‘기업 연계 맞춤 매입’
'일자리 연계 미분양 매입' 전국 확대에도 수도권 외곽은 제외
전문가 "지역별 여건 따라 매입 대상·공급 방식 달리해야"
2026-09-30 15:21:30 ㅣ 2026-09-30 15:51:43
[뉴스토마토 홍연·박선영 기자]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산업단지 노동자 주거로 활용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청년·노동자 수요가 급증하는 경기 남부 반도체 배후도시들은 정작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매입 범위가 지방으로 제한된 데다 지자체마저 주거 수요 파악에 손을 놓고 있어, '일자리와 주거의 불일치'를 해결할 실효성 있는 맞춤형 매입 임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4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5000가구 3차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사례를 대표적인 선도 모델로 꼽았습니다. 미분양 주택을 지역 일자리와 연계해 노동자 주거 지원에 활용하는 방식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준공 예정 단지와 부분 매입까지 허용하며 문턱을 크게 낮췄지만, 8월에 나온 4차 공고까지도 매입 대상은 여전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지자체 차원의 지역별 주거 실태 파악도 허술하기만 합니다. SK하이닉스가 위치한 이천시는 관련 질의에 노동자 주거 수요, 청년 주거 민원, 원룸·소형주택 임대 실태 등 대부분 항목에 대해 "별도 파악한 자료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청년·산단 노동자 주거 공약과 공공임대 공급 계획 역시 "해당 없음"으로 일관했습니다. 용인시 또한 국가산단 조성에 따른 유입 인구 및 주택 수요 전망을 묻는 질문에 "LH에 문의한 결과 향후 토지이용계획 및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현재 구체적인 유입 인구와 주택 수요 전망치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평택시와 안성시는 상대적으로 청년 주거정책을 갖추고 있는 편입니다. 평택시는 임기 내 청년 월세 및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대상을 각각 200명으로 늘리고, LH·GH와 협의해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성시 역시 '안성맞춤 청년주택'을 2023년부터 올해까지 53호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두 지자체 모두 반도체산업 입주에 따른 노동자 주거 수요는 "별도 파악 자료 없음"으로 답했으며, 남아있는 미분양 아파트의 활용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인 용인시 원삼면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지=챗GPT 생성)
 
SK하이닉스 신입만 1300명…턱없이 부족한 청년 주거정책
 
그러나 현장의 주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안성시의 청년 인구는 2024년 4만6807명에서 올해 4만8070명으로, 평택시는 2024년 말 17만5266명에서 올해 8월 말 18만1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송옥란 이천시의원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신입사원만 약 1300명에 달합니다. 향후 장기근속자의 사내 기숙사 퇴거가 진행되면 외부 주거 수요는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실제로 평택시 자체 청년 월세 지원사업의 경우 신청자가 2024년 216명에서 올해 455명으로 2배 이상 늘었지만, 예산 한계 탓에 실제 선정 인원은 110명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산업단지 조성과 주거 공급 정책이 서로 겉돌며 따로 추진돼 온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짚었습니다. 최창규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그곳에서 일할 사람들이 거주할 공간을 정교하게 공급하는 통합적 정책이 부재하다"며 "특히 직주근접을 선호하고 임차 가구가 많은 젊은 층의 특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대단히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제도상 활용 가능한 수단은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국토부 훈령인 '기존주택등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기숙사용 주택을 동·층 단위로 매입해 소득 요건을 갖춘 19~39세 청년에게 최대 10년까지 공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할 도지사가 시장·군수 및 LH와 협의해 매입임대 물량을 자율적으로 조정·배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기업과 지자체, LH가 역할을 분담하는 '맞춤형 매입' 방식이 가능해집니다. 기업이 채용 규모, 기숙사 퇴거 일정, 주거 지원 방안 등을 제시하면, 지자체가 입주 대상을 선정하고 LH가 입지와 주택 여건을 검증해 미분양 아파트를 선별 매입하는 형태입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원룸이나 소형주택은 부족한 반면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있는 지역이라면 아파트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급 방식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기숙사 수요 및 근로자 주거비 지원 정책과 연계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송옥란 의원 역시 이천 지역 미분양 아파트를 SK하이닉스 임직원 기숙사 및 숙소로 전환·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수요 어긋나면 외면…적정 매입가·지역별 핀셋 접근 필요
 
다만 공급되는 주택의 입지와 거주 형태가 실제 수요자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으면 공공주택이라도 외면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안성시 청년 주택의 경우, 일반 매입임대는 2024년 하반기 6호 모집에 73명이 몰린 반면, 기숙사형은 지난해 5호 모집에 8명만 신청해 실제 입주는 3호에 그쳤습니다.
 
최 교수는 "일터에서 대중교통으로 20~30분 이내에 접근 가능하면서도, 생활 여건과 임대료 수준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분양가와 감정가, 주변 시세 등을 종합한 '적정 매입가 기준'과 기업·공공 간 '비용 분담 원칙'을 명확히 세우지 않을 경우, 건설사 특혜 시비나 공공 재정 부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김 실장은 "용인, 이천, 안성, 평택은 지역별 주택시장 여건과 주거 수요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반도체 배후지역'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며 "각 지역의 정밀한 실태조사에 기반해 매입 대상과 공급 방식을 다각화하는 핀셋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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