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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3일 18: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정부가 국내 미인가 역외 투자은행(IB)의 한국물(KP물) 영업 규제를 추진하면서 국내 증권사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는 인가 여부에 따른 규제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일감이 국내 증권사보다 상위 글로벌 IB로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 기반과 판매망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인 만큼, 국내 증권사의 실질적인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글로벌 영업 역량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역외 IB 영업 규제 추진…적용 범위가 변수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정경제부는 국내에서 KP(한국물) 영업을 하는 역외 IB에 대해 국내 증권업 인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역외 IB란 국내에 거점을 두지 않고 해외에서 국내 기업의 금융 거래를 맡는 투자은행을 뜻한다. 국내 기업이 달러 채권을 발행할 때 해외 IB가 투자자를 모집하고 발행 조건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역외 IB는 그동안 국내 인가나 신고·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국내 발행사를 대상으로 채권 발행을 권유하거나 주관 업무를 진행해 왔다. 다만 당국은 국내에서 이 같은 미인가 영업 행위가 이뤄진다면 국내 증권업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도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형평성 문제가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국내 인가를 받으려면 세금이나 규제 준수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지만 미인가 역외 IB는 이러한 비용 부담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법령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불공정 영업 행위가 발생해도 발행사 보호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돼 왔다.
재정경제부는 현재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역외 IB들의 KP물 영업 규제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했으며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해외에서도 미인가 회사가 들어와서 IB 영업 행위를 하는 걸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면서 "그간 한국이 글로벌화되지 않았기에 미인가 역외 IB들의 국내 영업 행위가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최근 KP물 발행이 코로나19 이후 많이 늘어났고 해외 채권 발행 기관들이 모두 외사인 점 등을 고려하면 규제를 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가들도 이러한 규제 방향에 형평성 차원에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가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관련 규제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국내 인가 증권사의 역할과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 과정에서 국내 인가 없이 사실상 주관·인수·중개 영업을 수행하는 사례가 있었다면, 이는 관련 인가를 갖추고 감독 의무를 부담하는 국내 금융회사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일감 늘어날까…글로벌 IB 경쟁력은 '여전'
문제는 역외 IB의 국내 영업이 제한된다고 해도 이들이 맡던 일감이 국내 증권사로 넘어올지는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KP물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자 확보 능력과 글로벌 판매망이 주관사 선정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KP물 시장은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외화채를 발행하는 시장이다. 발행사가 조달 조건을 유리하게 확보하려면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발행사와의 영업 관계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와 채권 판매 역량이 주관사 선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글로벌 IB들은 오랜 기간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거래 관계를 구축해 왔다. 반면 국내 증권사는 해외 채권 발행 주관 업무에 참여하더라도 해외 투자자 기반과 판매망에서는 글로벌 대형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다이와증권도 부채자본시장(DCM) 사업을 담당하는 코리아 데스크를 철수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인가 이후 수년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채권 발행을 주관했지만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알려진다. 일부 주요 외국계 IB가 이처럼 KP 시장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점유율 확대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상위 글로벌 IB에 주관 실적이 집중된 만큼 역외 IB의 영업 제한이 국내 증권사의 수주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발행사가 해외 투자자 확보와 판매망을 우선시할 경우, 기존 역외 IB의 역할을 국내 증권사보다 상위 글로벌 IB가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에 진입 기회가 열리더라도 실제 일감을 가져오려면 외화채 판매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결국 규제 이후 주관사 구성이 어떻게 바뀌는지, 국내 증권사의 참여 확대와 상위사로의 쏠림 중 어느 흐름이 나타나는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렌탈이 3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지난달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채권 발행을 추진하다가 경제부 지침으로 주관사단에서 역외 IB를 제외해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론 검토 대상에 불과했을 뿐 실제 주관사로 확정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롯데렌탈 측은 지난 7월 외화채 발행과 은행 대출, 공모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통화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자본 시장 구조 점진적 재편 가능성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부서에 따르면 아직까진 역외 IB 영업 행위 규제로 인해 크게 수임이 늘거나 실제 수임으로 이어진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한 증권사 DCM 부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DCM 역량과 해외 기관투자자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만큼,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 과정에서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도 "역외 IB들이 오랜 기간 구축해 온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국내 증권사와 글로벌 금융회사 간 역할 분담이나 공동 주관 등의 형태로 시장 구조가 점진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IB의 우위가 국제채 시장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채권을 판매하려면 폭넓은 해외 판매망이 필요한 만큼, KP물 주관 실적이 일부 글로벌 IB에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역외 IB의 영업 활동이 제한되더라도 기존 일감은 국내 증권사보다 주요 글로벌 IB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높은 신용도와 성장성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늘면서 해외 채권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라며 "다만 발행을 주관하는 국내 증권사의 비중은 아직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권사도 KP물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간다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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