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못 막은 은행장들…금감원장 "CEO 첫 책임 사례 될 것"
2026-10-19 17:49:01 ㅣ 2026-10-19 18:33:2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잇따른 은행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대 은행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사실상 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및 제재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감에서는 은행장들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뿐만 아니라 해킹 위험을 예방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도 집중 추궁했습니다.
 
금감원장 "해킹 사고 CEO 책임 문제 다뤄질 것"
 
19일 국회 정무위의 금감원 국감에는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의원들은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경영진의 보안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집중 추궁했습니다. 정보보호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도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킹을 막지 못한 경영진의 관리·감독 책임을 따져물은 것입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김용만 민주당 의원이 금융권의 책임을 강조하자 "내부통제 기준 관리의무가 관련된 사이버보안 해킹 사건과 관련해 아마 최초의 CEO 책임 문제가 다뤄지는 사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사 임원별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한 책무구조도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별로 담당 임원의 책무를 배분하고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의 관리의무 위반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올해 7월까지 금융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03건, 사고 금액은 6237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은행권 사고가 17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책무구조도에 따른 임원 책임 규명 절차나 관리의무 위반 제재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내부통제 기준 관리의무와 관련해서 사이버 해킹 사건에 대한 최초의 CEO 책임 문제가 다뤄지는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 사전 감독 부실 도마
 
은행 경영진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까지 도마에 올랐습니다. 금융당국이 해킹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응을 주문했지만, 정작 금융사들이 취약점을 개선했는지는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심각한 문제는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모두 위험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지난 9월9일 금감원은 AI 기반 해킹 공격 위험을 경고했고, 9월17일 금융보안원은 AI 에이전트 공격 대응 교육까지 실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해킹 위험을 사전에 경고해 놓고 금융회사들이 실제 취약점을 발견하고 개선했는지 확인도 안 한 것 아니냐"며 "사고가 난 은행들이 스스로 점검하고 스스로 보완하고 스스로 적정 판정까지 내렸는데 금감원은 뭐 했느냐"고 따졌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도 금융사 정보보호 조직에 대한 감독 실태를 문제 삼았습니다. 민 의원은 "국감 주제의 핵심이 금융 보안과 관련된 문제인데 기술 문제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은행의 보안 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보기술최고책임자(CIO)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위험을 찾아서 제대로 보고했는지, 개선 요구가 실제 조치로 이어졌는지가 핵심"이라며 "금감원에 은행별 정보보호 조직과 소속 보고 체계를 요구했더니 그 자료가 없다고 하더라"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 역시 금융권 보안 취약점에 대한 전수조사를 금감원에 요구했습니다. 김 의원은 "금융보안원에서 각 은행 보안 담당자를 불러 AI 보안 위협 세미나를 했고 지난 6월에도 금융사 사고 대응 역량 강화 회의를 열었는데도 이런 사고가 터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금융사 555곳 중 130여곳이 보안 미흡으로 나왔는데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찬진 원장은 "현실적인 한계는 있지만 취약한 부분을 먼저 전수조사하도록 했다"며 "지금 표본조사를 하려고 하는데 최대한 전수조사에 준하는 정도로 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금융사별 보안 대응 역량의 차이도 감독 사각지대로 지목됐습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예가람저축은행에서 신한은행보다 많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점을 거론하며 계열사에 전산 업무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보안 역량에 대한 검증이 충분했는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제2금융권에서 계열사 내부에 전산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곳이 몇 개인지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 원장은 관련 내용을 점검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대출 신청 내역과 직장 정보 등 민감한 금융 정보가 온라인에서 건당 100원에 거래되고, 은행 관련 정보는 건당 8000원에 판매되는 정황이 국감에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로 유출된 정보까지 거래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권에 유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계기관과 불법거래 차단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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