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정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고,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도 높아졌습니다. 저항은 중요합니다."
영화 <케이블 스트리트의 후예(The Descendant of Cable Street)>를 연출한 노아 미를라흐 감독. (사진=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관객과의 대화(GV). 영국 다큐멘터리 영화 <케이블 스트리트의 후예>를 연출한 노아 미를라흐 감독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날 '휘슬러 단편 2' 부분에서는 영국과 팔레스타인, 이란, 중국 등에서 제작된 단편영화 5편이 상영됐습니다.
그중 <케이블 스트리트의 후예>는 89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날, 같은 거리에서 저항에 나선 유대인 부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1936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아버지는 유대인을 박해하던 파시스트에 맞섰고, 2025년 10월 아들 토니는 같은 거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영화는 파시즘에 맞선 저항이 89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날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영 후에는 영화를 연출한 노아 미를라흐 감독과 강진욱 전 연합뉴스 기자가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독일 출신인 미를라흐 감독은 대학 시절 중동 출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독일과 영국 정부 모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케이블 스트리트의 후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왼쪽부터) 노아 미를라흐 감독, 강진욱 전 연합뉴스 기자. (사진=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미를라흐 감독은 시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작은 행동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보듯 런던에서 시작된 목소리가 서울까지 전해질 수도 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도 매주 토요일 시민들이 시위를 이어가지만 언론의 관심이나 가시적인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를 계속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미를라흐 감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한국의 시위 문화를 정말 존경한다"며 "언론에서 우리가 바라는 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위가 계속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묻자, 미를라흐 감독은 다시 한번 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바로 그래서 시위가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서방 정부들을 변화시키고,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영향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많은 유권자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됐다. 이런 움직임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이스라엘로 무기가 공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도 외부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상영된 다른 단편영화들도 전쟁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소외되거나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에 맞서는 모습을 조명했습니다.
이란 영화 <글래디에이터 베이비>는 전쟁 속에서 꿈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두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팔레스타인 다큐멘터리 <아다스 팔레스틴>은 가자지구의 기근 속에서도 요리로 공동체의 희망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중국 영화 <허중 서드 레인>은 기계화되는 세상에서 낡은 자전거 수리점을 지키는 이들, 이란 영화 <아티스트>는 가난과 갈등 속에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을 비춥니다.
GV를 마치며 미를라흐 감독은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는 "서구에서는 제 영화에 대해 이 정도의 관심과 호응을 느껴보지 못했다"며 "이곳에서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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