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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력'없는 동반위 결정, 대기업이 따르겠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실효성 논란
2011-06-14 06:00:00 2011-06-17 16:40:22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된다 하더라도 동반위가 법적 구속력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대기업이 동반위의 결정에 따를지 의문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분야에 진출해 있는 한 대기업 간부는 "적합업종이 선정되더라도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을 정말 퇴출시키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효성 논란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선정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온 중소기업연구원 내부에서조차 적합업종·품목 선정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적합업종 선정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전략경영연구실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경제시장 체제에서 업종과 품목을 정해 놓고 대기업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과 품목을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신청을 마감하고 지난 2일 실무회의를 통해 접수된 234개 품목 중 230개를 최종 확정한 바 있다.
 
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시장현황을 분석한 뒤, 대ㆍ중소기업 간 협의 등을 통해 9월까지 적합업종과 품목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장 적합업종을 벗어나는 대기업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 생산방식은 어떻게 규정해야 할 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게다가 동반위가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더라도 대기업이 과연 동반위의 '권고'를 따를 지도 미지수다.
 
◇ 적합업종 대기업 범위, 어디까지?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을 모두 대기업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기업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승일 실장은 "대기업의 범위를 중소기업법과 공정거래법 중 양자택일해야한다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김 실장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업종 선정 작업에 나선 것은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중소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볼 때 적합업종·품목을 제한하는 대기업 범위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의 범위를 중소기업측에서 주장하는 300인 이상 기업으로 정한다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은 늘 중소기업으로 머무르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대기업이 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적합업종 선정시 '수출 감소' 해결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선정에 있어 또 다른 쟁점은 '생산방식'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실제로 국내 장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CJ제일제당(097950)대상(001680)은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전역의 5000개 마트를 통해 고추장을 판매하고,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남미국가들로 장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 역시 내수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 일본 등으로 장류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품은 다른 품목과 달리 위생과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장류에 종사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 정부가 정해 놓은 식품표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소규모 업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류를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으로 선정해 대기업은 제외시키겠다고 하기 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식품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원해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 법적 제제 권한 없는 동반위, 대기업이 따를까?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선정되더라도 대기업이 법적 제제 권한이 없는 동반위의 권고를 따를지도 의문이다.
 
동반위도 법적 제제 수단이 없는 동반위 업무의 실효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문제와 관련해 오완진 동반위 위원회운영부 부장은 "동반위가 민간 조직이라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하청업체들이 동반위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반위가 강제적 조정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간혹 변형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관련해 진정이 들어오는 경우는 있지만 지식경제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다 거치고도 답이 없으면 하소연 하고 싶어 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적합업종·품목 선정에 대해서도 법적 제제 수단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동반위의 적합업종 신청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할 것이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뉴스토마토 송주연 기자 sjy292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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