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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SK, 중간지주사 설립 탄력
최태원 회장 언급 이후 SKT 인적분할 급부상
2016-10-20 18:08:13 2016-10-20 19:20:28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시나리오가 급부상했다. SK가 사업구조의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최태원 회장이 중간지주사 도입에 대해 논의하면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20대 국회의 경제민주화 기조와도 맞물리면서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2박3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진행된 2016년 CEO세미나에 참석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영역을 지속 발굴해 장기적으로는 중간지주사를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공식 논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CEO세미나에 참석, 주력 관계사 CEO들에게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천을 당부하고 있다.사진/SK
 
최 회장이 중간지주사 설립을 공론화하자 시장은 곧바로 SK텔레콤을 주목하고 나섰다. 최 회장이 제시한 방안의 근거인 '본원적 경쟁력',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영역을 지속 발굴' 등을 갖춘 계열사로 첫손에 꼽혔다. 무엇보다 그룹 내 주력 사업군인 석유·화학 분야는 SK이노베이션이 이미 중간지주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유통은 최 회장의 사촌형 최신원 회장이 맡아 이끌고 있는 만큼,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가능한 현실적 방안으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정부 규제를 직접 받는 기간통신 사업자로, 인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M&A와 지분 투자 역시 좀 더 자유로워진다. SK 관계자 역시 20일 "중간지주사 전환은 다양한 혁신 방안 중 하나의 일례로 거론된 것일 뿐"이라면서도 "하게 된다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회장이 유독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이 크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관련 M&A가 여의치 않다. 그룹 내 간판으로 떠오른 SK하이닉스를 위해서는 SK㈜ 자회사로 끌어올릴 이유는 충분하다. 최 회장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의 지위 향상은 필요하다. 당장 SK하이닉스 지배주주 이익이 SK텔레콤을 거쳐 들어오는 상황이 아쉬울 뿐더러,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면서 M&A와 직접투자의 성과를 낼 경우 그룹 내 지배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여소야대로 재편되며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건 20대 국회도 중간지주사 전환 추진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20대 국회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헤지펀드 엘리엇의 제안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인적분할 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쟁점화되기 전 선제적으로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도 시기가 문제일 뿐,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성장사업부문을 집약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적분할이 적합하다"고 분석했으며,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간지주회사로 개편되면 자원이 집중되면서 사업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될 수 있고, 더 나아가 M&A 등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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