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CEO의 몸값, 어떻게 봐야 하나?
2019-04-04 00:00:00 2019-04-04 09:17:36
채명석 산업1부장
주요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분기·반기·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최고경영자(CEO)·임원들이 받은 보수액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주에도 사업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지난해 누가 가장 많이 받았고, 누구는 전년에 비해 얼마나 보수가 올랐는지, 퇴임 총수나 CEO들의 퇴직금은 얼마나 되는지를 설명한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영자의 보수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는 그들이 빈부격차 불만을 부추긴다는 잠재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1986~1988년 3저 호황기(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당시 그들의 주장 가운데 하나가 “사장들은 펜만 굴리다 서류에 사인만하고 거액의 월급을 받는데, 몸을 쓰고 기술을 익혀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의 가치가 더 높지만 급여는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었다.
 
얼핏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경영자라는 자리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사정은 다르다. CEO는 임직원들과 달리 ‘선택’을 해야 한다. 회사의 운명을 건 막중한 책임감을 담은 선택이다. 한 번의 선택이 잘못 되거나 시기가 빠르거나 늦는다면 그 회사는 내일이라도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까지 몰린다. 반면 제대로 선택하면 단기간에 회사의 가치는 수십~수백배로 커진다. 기업은 망하기 때문에 강하다고 하는데, 강함의 기준은 CEO들이 얼마나 올바른 선택을 적기에 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CEO들은 세상의 흐름을 관찰하고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책임자(부사장)가 자기 전권으로 결제하는 금액이 한 번에 3000억원이라고 한다. CEO에게 보고 안하고 사장이 알아서 전결한다. 책임자의 결정을 믿어주는 구조가 삼성전자를 강하게 만들었다.
 
재계 CEO가 개인적인 자리에서 “미국 기업 CEO들이 천문학적인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는 여러가지 이유중 하나가 그들은 법인카드가 없다”고 했다.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출하는 비용의 상당부분 자비로 지출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CEO가 자신의 방법으로 회사 가치를 위해 일을 한다면 기꺼이 자기 돈을 투자하는 게 맞다고 본다.
 
미국 컨설팅업체 왓슨와이어트(현 타워스왓슨)에서 CEO 보상부문 연구를 담당했던 아이어러 T.케이는 지난 2002년 발간한 저서 <최고경영자의 몸값은 얼마인가>에서 “사회 일각에서는 CEO들이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직원 해고에 의존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영자들은 이것을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결정으로 봐야 한다”면서 “경영자 보상 프로그램은 CEO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했다. 경영자의 연봉을 평가할 때 그들이 얼마나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했는지를 함께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채명석 산업1부장 oric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