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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우려되는 저물가의 역습
2019-04-05 06:00:00 2019-04-05 08:21:47
지난 2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9(2015년=100)로 전년 동월대비 0.4% 상승했다. 무려 2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상승률이 0.4%보다 낮았던 때를 찾아 올라가면 1999년 7월(0.3%)까지 가야 한다. 석유와 채소가격 하락과 서비스요금 상승이 주춤하면서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문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좀 더 범위를 넓혀 1분기 물가 상승률은 0.5%로 분기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낮다. 석유와 채소류 등의 영향을 제거한 근원물가(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도 지난달 0.8%로 주저 앉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0년 2월(0.8%) 이후 최저치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정부와 한국은행의 인식이다. 물가지표가 나온 직후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며 물가 안정 기조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물가가 낮은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정책 강화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시장과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은 조금 다르다. 곳곳에서 장기불황을 의미하는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는 탓에 최근의 저물가 상황을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버려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당에서도 경기하강 우려의 언급이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표가 나온 당일 고위 당정청 협의 내용을 전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취지와 목표를 설명했다. 홍 수석대변인이 목표 중 하나로 '경기 하방압력 조기 차단'을 꼽은 것이다. 즉 경기 하방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실제 지표에서도 신호는 뚜렷히 감지된다. 2월 경기동행·선행종합지수는 9개월째 동반 하락했는데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생산·소비·투자의 주요 지표가 내려앉아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흔히 지나친 물가 상승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경계심리는 상당하다. 장바구니 물가로 표현되는 체감 물가 상승은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는 사실상 치명타가 되기도 한다. 결국 물가는 낮아도 걱정 높아도 걱정인 지표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람으로 치면 혈압과 비슷하다. 고혈압이 만병의 원인이지만 저혈압 역시 심각한 병을 유발한다. 한은이 통화정책상 물가 목표치를 2.0%로 잡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적당히 혈액이 돌아야 하듯이 물가도 적당한 수준에서 상승해야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저물가 상황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기업과 은행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저성장·저물가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경제의 혈액을 잘 돌게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권대경 정책부장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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