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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도종환은 되고, 박양우는 안되는 이유
2019-04-10 06:00:00 2019-04-10 06:00:00
지난 3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영화계 반대 속에 취임했다. 영화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반독과점 영화대책위원회(영대위)'가 박 장관을 반대한 이유는 그가 국내 영화 시장 최고 권력자 CJ ENM 사외이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33회 이사회 중 32회 참석해 모두 찬성에 의결했다. 박 장관이 CJ ENM 거수기란 비판이 나온 이유의 근거다. CJ ENM이 어떤 곳인가. 영대위는 CJ ENM이 대기업의 영화 산업 수직 계열화가 스크린 독과점을 유발시키고 다양성 영화 시장을 잠식했다고 판단한다. 박 장관 취임으로 인해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짙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국내 영화 시장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500개 내외 스크린. 통상 스크린 3000개 수준으로 본다. 한해 국내 개봉 영화는 1300편 내외고 이 가운데 다양성 영화는 20% 정도다. 한해 2억 명 정도가 관람하는 국내 영화 시장에서 다양성 영화 한 해 관람객은 채 800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전체 시장 규모 4% 내외다.
 
단순 수치 계산으로만 봐도 국내 영화 시장은 상업 영화에 관객 쏠림 현상이 크다. 극장은 시장 논리에 따라 배급을 결정하고 이 때문에 다양성 영화들의 스크린 잡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철폐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선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겐 관대했다. 도 전 장관이 의원 시절 영화 배급과 상영의 겸업 금지를 골자로 한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 때문일까. 도 전 장관에겐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던 이유가 궁금했다. 도 전 장관은 다양성 영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인물 같지만 정작 그가 발의한 개정안은 2016년 이후 현재까지 국회 계류 중이다. 장관 임기 동안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나 적극적 행동 자체가 전무했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가식'이란 명제를 생각할 때 '도종환'이란 이름 석자가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떠오른 이유다.
 
박 장관은 영화계의 '공공의 적'처럼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첫 발도 떼지 않았다. 그가 국내 영화 산업 전반을 위한 장관으로서 행보를 할 것인지, 대기업만의 친구 노릇을 할 것인진 아직 모를 일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면 이젠 지켜보는 눈이 더 많아 졌다다양성 영화를 많이 확보하고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유의할 점은 있다.
 
대한민국은 영화가 산업화로 이뤄진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충무로 영화 산업은 전 세계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다양성 영화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경쟁력 있는 영화 산업을 밀어주는 이중의 역할도 필요하다. 결국은 경쟁력이다. 다양성 영화도 대기업을 발판으로 한 산업영화도 영화 그 자체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박 장관은 서로 다른 종류의 경쟁력을 보이는 각각의 영화들이 어떻게 서로의 이익이 상충하지 않게 지원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도종환 전 장관의 지난 행보가 길라잡이가 된 셈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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