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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아파트와 휴대폰, 그리고 원가 공개
2019-04-17 14:03:44 2019-04-17 14:03:44
최용민 산업2부 기자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아파트 원가는 공개하면서 돈 많이 버는 휴대폰 원가는 왜 공개 안하나요? 휴대폰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휴대폰 원가도 공개하라는 말이 아니라 모든 것이 기업의 영업 비밀이고, 경영 노하우인데 왜 유독 건설사만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아파트 분양가 공개 항목 확대를 앞두고 한 건설사 관계자가 토로한 말이다. ‘아파트는 의식주 중 하나로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르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니 그런 거 아닐까’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휴대폰도 우리 삶속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니. 어쩌면 휴대폰은 아파트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물건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 둘을 단순 비교하기도 힘들다. 건설사 관계자의 말에 무엇인가 반대 의견을 말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정부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항목을 확대 공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봤다. 여러 말들이 있지만, 간단하게 주택을 적정 가격으로 공급해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개 항목이 늘어나면 소비자들이 투명한 가격 정보를 통해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장 낮은 분양가로 집을 얻을 수 있으면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분양가만 보고 아파트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선택 포인트는 현재 주변 시세와 향후 미래 가치다. 무주택자도 주변 시세가 어떤지, 앞으로 이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안 오를지에 구매 포인트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던 서울 지역 청약시장이 최근 경쟁률 하락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주변 집값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향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청약 경쟁률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가 아무리 높아도 향후 미래 가치가 높으면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합리적인 선택은 불가능하다. 또 분양가가 아무리 낮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해도 미래 가치가 없다면 그 아파트는 누구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 아파트가 분양가에 맞게 적정한 가격에 지어졌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주변 시세와 미래 가치를 먼저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판단하고, 분양가 공개 항목 확대를 통해 분양가 하락을 유도하려 한다. 궁극적으로 주택가격 안정화가 목표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분양가 하락이 전반적인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 여부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시세보다 싸게 분양 받았다고 시세보다 싸게 팔 집 주인은 아무도 없다. 분양가를 낮추면 수분양자의 시세 차익만 늘려주는 꼴이 된다. '로또 아파트' 논란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은 문제고, 수분양자가 폭리를 취하는 건 문제가 아닌가.
 
건설사가 분양가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는 것을 방관하자는 말이 아니다. 현재 공공택지 분양가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적정성 여부가 결정된다. 제도가 미흡하면 제도를 고치면 된다. 문제는 단순하게 건설사만 ‘조리돌림’한다고 주택가격 안정화 등 정부가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 공개 항목 확대는 이슈를 만들어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건설사로 돌리려는 의도로도 의심받는다. 정부가 공공택지에 직접 집을 짓지 않고, 건설사에 분양하는 이유는 땅만 팔고 미분양 등 리스크는 떠안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어 보인다. 직접 아파트를 지을 세금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땅만 팔지 말고, 품질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하면 자연스레 경쟁이 일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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