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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왓칭’ 강예원 “제대로 악역 한 번 하고 싶어요”
현실감 넘치는 스릴러 장르 ‘매력’…“진짜 있을 법했다”
“당하는 여자? 한 번 제대로 악다구니 치는 모습 그려”
2019-04-23 15:44:14 2019-04-23 15:45:29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사실 좀 억울한 면이 있단다.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배우 강예원은 장르적으로 딱 한 편의 영화만 했을 뿐인데 스릴러퀀으로 불리는 것에 좀 의아하다며 웃는다. 억울하다기 보단 좀 더 다채로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미지가 굳어질 것에 대한 아쉬움 섞인 웃음이었다. 그래서 같은 장르의 두 번째 영화 왓칭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진 것도 있는 듯싶었다. 2016년 영화 , 보러와요에서 현실감 넘치는 공포 연기로 그는 사회적 문제와 영화적 창작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했다. 이번 왓칭에선 보다 더 현실 속으로 접근했다. 이 영화의 원제가 지하주차장이다. 여성 상대 지하주차장 범죄에 영화적 창작과 장르적 색깔을 입힌 작품이다. 한정된 폐쇄 공간에 갇힌 강예원은 필사의 탈출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CCTV의 섬뜩함, 이유 없이 배려하는 정체 모를 인물의 존재. 강예원은 연기였지만 그마저도 사실은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실감이 극대화된 이 영화에 대한 힌트가 그의 몸짓에서 시작된다.
 
배우 강예원. 사진/리틀빅픽처스
 
강예원을 사로 잡은 왓칭의 시나리오 최대 강점은 현실감이다. 사실 왓칭보다 더 강력하게 하드코어적인 장르 영화도 많다. 보다 더 끔찍한 범죄에 노출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다 이미 수 차례 개봉했다. 하지만 왓칭은 좀 더 다른 지점을 바라본다. 이건 현실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예원 본인도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 몇 시간 후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정말 많이 보잖아요. 연쇄살인, 인신매매, 토막살인 등등. 정말 끔찍한 범죄를 많이 보죠. 실제로 일어나는 범죄잖아요. 그런데 좀 바꿔 생각하면 저 상황에 나한테?’. 물론 안 일어나란 법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너무 적죠. 너무 영화적인 느낌도 강하고. 그런데 왓칭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잖아요. 여자라서? 아니 남자에게도 가능해요. 그 사실적이고 소름끼치는 내용에 호기심이 생겼죠.”
 
그는 이 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발이 땅에 닿아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 현실감이 피부로 다가오니 여러 요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와 영화 자체에 대한 소화를 위해서다. ‘왓칭을 통해 알게 된 끔찍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의외로 겁이 좀 많았다는 강예원은 이 영화 촬영 뒤 지하주차장에 대한 공포까지 생겼다고.
 
배우 강예원. 사진/리틀빅픽처스
 
진짜로 집 지하주차장도 섬뜩하더라고요(웃음). 영화에 사용된 스너프 필름(폭력, 살인, 강간 등 모습을 담아 은밀히 유통시키는 필름으로 상대방을 죽이는 과정을 그대로 찍은 영화)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어요. 국내에서도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죠. 찾아 보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말렸어요. 보지 말라고. 너무 잔인해서 그런다고. 실제 사회에 드러나지 않은 무서운 현실이 있다는 것에 너무 많이 놀랐어요.”
 
영화 속에서 자신과 연기한 배우 이학주는 , 보러와요에서 함께 한 이후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자 후배이다. ‘, 보러와요에선 자신을 도와주던 인물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선 자신과 철저하게 대립하는 악역으로 등장했다. 워낙 친하게 지낸 동생이지만 너무 무서웠단다. 이번 왓칭을 통해 이학주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저랑 워낙 친해요. 평소에도 안부 전화도 꽤 자주하고요. 그런데 학주가 눈이 작잖아요(웃음). 그 작은 눈이 절 째려보는 데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란 느낌이 확 오잖아요. 진짜 섬뜩했어요. 영화에선 절 목 조르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그냥 꽉 졸라이랬죠. 그때 정말 무서웠던 게 이러다 죽는구나란 생각이 확 오더라고요. 학주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정말 리얼하게 연기를 잘 했어요. 제대로 악역 탄생한 거죠(웃음)”
 
배우 강예원. 사진/리틀빅픽처스
 
리얼리티를 위해 정말 과감한 선택을 시도하려고도 했다는 강예원이다. 영화에서 강예원은 빨간 드레스에 단발 머리로 등장한다. 직접 준비한 의상이고 헤어 역시 자신이 콘셉트를 잡고 설정했다. 감독님도 강예원의 설정에 ‘O.K’를 했다. 물론 반대한 부분도 있었다고. 좀 더 과감한 시도를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해 보려 했었단다.
 
같은 스릴러 장르이기에 , 보러와요와는 좀 차별점을 두고 싶었어요. 그래서 단발이 아닌 삭발을 할까 했었죠. 배우란 직업이 얼굴과 목소리로만 모든 걸 표현해야 해서 제한적인 게 많아요. 그래서 외모부터 확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헤어는 감독님도 좀 무리가 있다고 하셔서 지금처럼 단발로만 했죠. 빨간 드레스는 시나리오에도 있었고 저도 마음에 들었어요. 디자인은 제 체형에 맞게 좀 수정을 했고요.”
 
사실적인 캐릭터와 현실감이 넘치는 내용이지만 강예원이 연기한 영우가 상당히 주체적인 행동을 거듭하는 지점에선 호불호가 나뉠 듯싶기도 하다. 물론 이 부분은 감독과 강예원 두 사람의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만들어 진 결과물이었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여성은 항상 당하는 피해자로만 나온다. 강예원은 그걸 좀 깨보고 싶었단다.
 
배우 강예원. 사진/리틀빅픽처스
 
“‘왓칭을 보면 배우가 4명 뿐이에요. 하지만 거의 주도적인 캐릭터는 저와 이학주 두 명이에요. 거의 모든 장면을 저와 학주가 매꿔야 해요. 결국 감정적으로 무언가를 환기시키고 얘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도달했죠. 여성이 항상 당하는 쪽이어야 할까. 여성이 피해자이지만 한 번 이겨보자라며 악다구니를 쳐서라도 달려드는 모습이 그려질 수도 있잖아요. 시나리오에도 그렇게 표현이 됐었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죠.”
 
이 영화를 찍으며 고충은 고된 육체적 연기가 아니었다. 사실은 30일 정도 이어진 지하주차장 촬영이었다고. 영화 전체의 90% 이상이 지하주차장 한 곳에서만 이뤄진다. 때문에 촬영장인 한 건물 주차장으로 30일 가까이 출퇴근을 하면서 건강까지 많이 나빠졌다고. 햇볕의 소중함을 알게 된 촬영 현장이었다며 웃는다.
 
정말 사람이 햇볕을 못 보면 어디가 어떻게 안 좋아지는지 너무 잘 알게 된 촬영 현장이었어요(웃음). 진짜 지금도 그 후유증이 있나봐요. 감기가 들었는지. 하하하. 다른 작품은 촬영 현장에 따라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찍지만 왓칭은 딱 한 곳만 거의 나오니 회사원처럼 출퇴근하는 개념이었죠. 몸이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공기도 너무 안 좋고. 무슨 뱀파이어가 된 기분이었어요.”
 
배우 강예원. 사진/리틀빅픽처스
 
아직 스크린 차기작은 결정된 것이 없다. 이미 , 보러와요에서도 한 번 자신의 바람을 전한 바 있다. 다음 작품에선 당하는 입장이 아닌 괴롭히는 입장이 한 번 되보고 싶단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해 보고 싶다고.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도전의식이 발동하는 표정이었다.
 
누굴 괴롭히는 게 취향은 아닌데(웃음). 꼭 한 번 제가 아주 지독한 악역으로 나와보고 싶어요. 정말 잘 할 자신 있거든요. 하하하. 이미지 변신 차원에서라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진짜 너무 즐겁게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내가 진짜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제대로 보여 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제가 뭔가 집착을 하면 굉장히 무서운 표정이 잘 나오거든요. 한 번 보실래요. 이렇게(인상).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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