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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잠정합의에도…르노삼성 정상화 ‘먹구름’
판매량 뚝, 생산 물량 확보 관건
2019-05-17 06:00:00 2019-05-17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임금과 단체협상을 두고 갈등 중인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극적으로 화해 국면을 맞았으나 최종 합의로 결론이 나더라도 회사의 앞날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4일부터 진행한 본교섭 협상 끝에 16일 오전 6시20분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해 첫 만남 이후 11개월 만이다.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는 오는 21일 실시한다.
 
노조는 회사에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사는 기본급을 유지하는 대신 이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중식대 보조금을 3만5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성과급은 총 976만원에 생산격려금(PI)을 50%를 더해 지급한다.
 
이번 협상의 쟁점이었던 작업 전환 배치 시 노조와 협의가 아닌 합의 해야 한다는 요구도 회사는 수용하지 않았다. 사측은 합의로 진행할 경우 회사 인사·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거부해왔다. 노사는 전환 배치 시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노조 측이 관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근무 강도 완화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직업훈련생 60명을 충원하고 주간조 중식 시간을 45분에서 60분으로 연장한다. 이밖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설비에 10억원을 투자하고 근무 강도 개선 위원회도 활성화한다.
 
르노삼성 노조는 협상이 진행된 지난 10개월간 62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누적 파업 시간은 250시간이다. 사측이 추산한 누적 파업 손실액은 2800억원 수준이며 협력사까지 고려하면 4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 사진/뉴시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최종 합의로 결론이 나더라도 르노삼성의 앞날은 어두울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 침체와 함께 노사 분규가 장기화하면서 부산공장이 최근 생산절벽에 몰렸기 때문이다.
 
르노삼성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르노삼성 내수 판매량은 617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줄었다. 
 
수출 물량도 감소했다. 지난달 7545대를 수출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3.4% 줄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51.1% 감소한 6만1538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생산 물량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공장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은 오는 12월 종료 예정인데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공장은 지난해까지 매년 10만대 이상씩 닛산 로그를 생산했는데 이는 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회사는 내년에 출시하는 신차 'XM3' 물량 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생산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 중단에서 폐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만여 대였던 과거 생산 수준을 르노삼성이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가 합의에 이른 것은 다행이지만 시기가 다소 늦어 아쉽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합의안이 최종 타결되면 본사에 수출 물량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프리카·중동·인도(AMI) 지역 수출을 늘리고 유럽까지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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