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강의 수위가 높고 물살이 거세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헝가리 당국은 가해 크루즈선 '바이킹시긴호' 선장을 구속하는 등 사법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고 현장을 다녀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건 초기 이후에 실종자 수색이 하나도 진전된 바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헝가리 당국이 선체 주변에 (유실 방지용)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헝가리 측에 최대한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견인해내는 게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었고 그 부분은 확인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강 장관은 "물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잠수부가 물 아래로 내려가서 활동할 수 있는 안정된 여건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수면 위에서 배로, 헬기로 계속 수색작업을 하면서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요일(3일)쯤이면 수면이 내려가고 유속도 느려지지 않겠나 예측하고 있다"면서 "잠수부를 투입해서 수색하는 작업이 가능한지 월요일에 해보고, 안 되면 다음날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뉴브강 하류에 있는 세르비아에서도 계속 수색하고 있다. 특히 세르비아-루마니아 국경의 수력 댐이 있는데 많은 물체들이 거기서 잡히는 경우가 있다"며 "댐의 인력들이 그런(수색)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선박 인양에 대해선 "배를 끌어 올리려면 강의 다른 유역에 있는 크레인을 가져와야 하는데, 수면이 높고, 다리와 수면 사이의 폭이 아직 좁다"면서 "수면이 조금 내려간 뒤에 (크레인을 이동) 넣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한국과 헝가리 양국 구조팀은 1일(현지시간) 수중드론 투입 등 수중수색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 다뉴브강의 물살이 5∼6㎞/h로 거세고 수중 시계도 확보되지 않아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 수중수색 대신 수상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수색 범위는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 인근부터 남쪽으로 최대 50㎞ 범위다. 보트와 헬기 등을 동원해 희생자들을 찾기 위한 집중 수색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다만 체코 측 구조팀이 소나(sonar)를 투입해 수중에 있는 허블레아니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사진에 따르면 강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허블레아니호는 강 상류를 향한 채 좌현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희생자 수색과 별개로 사고를 낸 크루즈선 '바이킹시긴호'에 대한 헝가리 측의 사법절차는 진행 중이다. 64세 '유리.C'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의 가해선박 선장은 사고 직후 헝가리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다가 1일 구속됐다. 헝가리 경찰은 "인적, 물적 증거를 토대로 했을 때 부주의·태만에 의한 인명 사고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면서 사고 이튿날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반면 선장 측은 당시 상황은 '불가항력적'으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고, 범죄가 될 수 있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헝가리 여객선협회는 가해선박이 피해선박과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다가 사고 직전 우현으로 방향을 틀고, 사고 뒤 후진하는 CCTV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사고 직후 물에 빠져 있는 피해자 5~6명의 움직임과 시긴호에서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던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가해선박의 갑작스런 방향전환이 사고의 1차 원인이며, 시긴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구조 활동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한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지난달 29일 오후 9시(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2명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시긴호에 부딪혀 침몰했다. 한국인 7명이 구조됐고, 7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한국인 19명과 헝가리인 2명은 실종상태다. 구조된 한국인 7명 중 6명은 퇴원, 1명만 갈비뼈 골절로 입원 중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