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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사고뭉치' 재벌
2019-06-05 07:00:00 2019-06-05 07:00:00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는 지난달 17일 오후 스틸렌모노머 공정 옥외 탱크에서 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출된 유증기를 마신 주민과 노동자 등이 어지럼증과 구토, 안구 통증 등을 겪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 
 
사고가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전해진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3월에는 BTX 공장에서 배관 속 이물질 제거 과정에서 유해 가스가 유출됐다. 현장 노동자들은 방독마스크 등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노동부가 한화토탈에 과태료 48만원을 부과했다. 4월에는 C4 공장 열교환기 파이프 연결 부분에서 응축수가 새어 나오는 사고도 발생했다.
 
충청남도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화토탈에 대한 특별 합동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10건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항이 드러났다. 충남도는 한화토탈에 대해 사안에 따라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 조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한화토탈은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지적된 사항에 대해선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충남 서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사고는 미숙련자와 대체근로자를 동원해 무리하게 공장 가동을 시도한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한화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화토탈 뿐만 아니라 계열사 곳곳에서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화약과 폭약 등을 취급하는 한화 대전공장의 경우 지난해 5월 로켓 연료 주입 중 발생한 폭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진 적이 있다. 그런데 1년도 되지 않아 올 2월 또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사고가 나자 대전지방노동청이 특별감독에 나서 조사한 결과 한화 대전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무려 82건의 위법사항이 드러난 가운데 특히 정전기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전기가 흘렀을 때 안전한 곳으로 흐르게 하는 접지 설비가 없었다는 것이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전기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니 납득하기 참으로 어렵다. 한화는 과연 현대문명사회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화케미칼도 사고 잦은 사업체 가운데 하나이다. 한화케미칼에서는 2015년 7월 울산 2공장의 폐 수조 폭발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했고, 2017년 1월 3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민중당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같은 해 10월 1공장 염화비닐 중화조 탱크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에는 2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로 노동자 여러 명이 부상을 당했다. 
 
공장마다 돌아가면서 사고를 낸 셈이다. 사고 없이는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은 지난 4월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하다 적발된 235개 사업장 가운데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다소 장황함을 무릅쓰고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나열해 봤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교대로 갖가지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아마도 이토록 계열사들이 각종 사고를 일으키는 재벌은 참으로 그 어디서 찾아보기도 어려울 듯하다. '사고뭉치' 재벌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가?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인간이 만든 기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아무리 완벽함을 자랑하는 기계도 간혹 뜻밖의 사고를 일으킨다. 그렇기에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산업재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렇지만 정도의 문제다. 지나치게 잦으면 무엇인가 큰 허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단지 한화만의 잘못은 아닐 수도 있다. 정부의 감시감독이 소홀하고 사고후 조치도 미온적이고 땜질식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그 1차적인 책임은 분명히 한화그룹에 있다.
 
사고가 일어난 공장들은 아마도 최신식 기계설비를 갖춘 현대식 공장일 것이다. 이런 설비를 갖추기 위해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고, 소위 ‘생산성’도 높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와 설비는 최신식일지 몰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정신은 낡은 것 아닌가? 최신식 설비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슬기는 없고 경영정신은 태만한 것 아닌가? 
 
아무리 좋은 설비라도 이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운용할 줄 모르면 언젠가는 도리어 재앙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한화그룹은 이제 다시금 모든 계열사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경영정신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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