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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소비자에겐 '그림의 떡' 은행특판
2019-07-31 08:00:00 2019-08-01 10:07:32
홈쇼핑을 시청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가장 솔깃한 말은 ‘타임세일’, ‘선착순판매’와 같은 행사를 알리는 얘기다. 당장 사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마음에 저절로 지갑을 열게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한정판 마케팅(Hunger Marketing)’ 기법은 오래 전부터 유통시장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특정 조건이나 시간에 한해 한정된 물량을 판매함으로써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고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효과를 거뒀다.
 
금융권에서도 ‘한정판 마케팅’은 흥행을 위한 단골요소로 이용돼왔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최근 가장 큰 논란이 일었던 것은 카카오뱅크다. 지난 22일 천만 고객 달성을 기념해 연 5%대 특판을 내놨기 때문이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사전응모 접수를 거쳐 진행됐던 이번 특판은 1초 만에 100억원 한도가 모두 소진되며 오히려 고객 불신이라는 역효과를 나타냈다.
 
높은 이자를 미끼로 고객을 현혹하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접속자 폭주와 고객 수요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고금리를 미끼로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을 진행한 금융회사는 카카오뱅크가 처음이 아니다. 최근 SBI저축은행은 모바일뱅킹인 사이다뱅크를 통해 연 10% 금리를 적용하는 특판을 진행해 2시간 만에 마감했으며 IBK저축은행 또한 출범 6주년을 맞아 666명을 대상으로 연 최대 5% 이자를 주는 상품을 판매해 하루 만에 완판 시켰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달 새 모바일뱅킹 출시를 앞두고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연 4.0% 적금'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웰컴저축은행은 신규 고객 1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연 6%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적금을 내놨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하함에 따라 은행권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동반 하락하면서 조금이나마 높은 금리를 찾아 다니는 '금리 노마드족(族)'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문제는 까다로운 가입 조건과 실제 혜택을 본 고객은 극소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뱅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특판 상품 가입 한도가 10만원~30만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기도 어렵다. '고객 감사용' 또는 '신규 고객 유치용'으로 나온 특판이 마케팅 실패를 넘어 오히려 고객을 우롱하고 이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금융권의 상품과 서비스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미끼만 투척하고 '생색내기용'에 그친다면 고객의 눈길은 끌겠지만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백아란 금융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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