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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베스트셀러)유튜브가 뒤바꾸는 서점가 판도
뇌 건강 책, 유튜버가 소개한 후 1위…특정 취향 편중, 홍보성 한계 지적도
2019-09-06 06:00:00 2019-09-06 10:10:3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유튜브가 출판계와 서점가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흐름이 최근 눈에 띄고 있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들이 뒤늦게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유튜브셀러(유튜브가 만든 베스트셀러)’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기존 전통 매체보다 강한 영향을 발휘하는 유튜브를 두고 전문가들은 특정 취향 편중과 홍보성 악용의 일부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5일 인터파크도서의 ‘8월29일~9월4일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에 따르면 톰 오브라이언 정신건강 박사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는 이번 주 1위에 올랐다. 예스24(8월30일~9월5일)와 알라딘(8월30일~9월5일) 집계에서 책은 모두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출간된 책은 출간 당일 ‘신박사 TV’에 소개됐다. 이 채널은 자기계발서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 신영준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섞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들을 분명히 설명한다. 오브라이언 박사가 100명 넘는 치매 환자를 완치 상태로 돌려 보냈다는 이야기, 음식이 뇌 건강 회복에 결정적이라는 팁들이 전해진다. 직접 책을 들고 구절을 읽어주기도 한다. 이날 기준 영상 조회수는 22만 건을 넘어섰다. 책은 현재 서점가에서 가장 핫한 ‘유튜브 셀러’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유튜브로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가 홍수를 이룬다. 이번 주 예스24에서는 구독자 수 1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의 에피소드를 만화로 푼 책이 1위에 올랐다. 인터파크 도서와 알라딘에서도 이 책은 각각 3위, 4위로 상승세다.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 15위에 오른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유튜브 ‘김미경 TV’에 소개된 책이다. 10~20분 분량으로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이 채널은 지난해 11월부터 44권의 책을 소개해 대부분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 제조기’인 이 채널에 고액의 광고비를 대며 줄을 서고 있을 정도다.
 
유튜브셀러는 구간과 신간을 가리지 않는다. 2008년 출간된 ‘클루지’라는 책은 지난달 초 깜짝 베스트셀러가 됐다. 유명 유튜버 ‘라이프해커 자청’이 인생을 바꾼 책으로 소개하면서다. 2015년 출간된 ‘정리하는 뇌’ 역시 ‘연봉 10억을 만들어준 심리학 책’으로 유튜브에 소개하면서 한 달 새 2만부 가량이 팔려나갔다.
 
통상 국내 대형 서점에선 평균적으로 주간 판매 2000여권 안팎이면 1위에 오를 수 있다. 다수의 유튜버 팬들이 대량 구매를 하면 시장 판도가 뒤바뀌는 공식이 성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출판계 전문가들은 좋은 책을 소개하는 채널로서 유튜브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진 건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직접 팩트체크에 나서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며 "TV나 신문 등 전통매체의 매력이 떨어지고, 스마트폰이 일상화 되면서 생긴 변화의 일부로 봐야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유튜브는 좋은 책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유튜브 문법'에 맞는 책들 위주로 대중서의 인기 척도가 움직이고 있다"며 "실제로 출판사들이 500~600만원 가량의 광고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유튜브가 공론의 장으로서 공신력을 얻으려면 TV 같은 전통매체처럼 '상업적 댓가를 전제로 한 책'이라는 명백한 명시를 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적 양상이 커진다면 향후 사회적 공론화를 시켜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 신영준이 소개하는 톰 오브라이언 정신건강 박사의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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