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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음악·미술 경계 부순 ‘BTS 현상’, 분절된 현대 사회에 고함
막오른 ‘CONNECT, BTS’ 서울…“디지털 세계서 구현한 소통과 교류의 힘 주목”
“백인 남성 위주 기득권 세계 혁파…BTS와 현대 미술의 공통성”
2020-01-28 18:31:01 2020-01-29 14:49:3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BTS 현상이 세계 5개국, 22명 작가를 수평적으로 연결했습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거대 생물체처럼요.”(강이연 작가)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CONNECT, BTS’가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자회견 뒤 만난 강이연 작가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선 디지털 세계에서 소통과 교류의 힘을 구현한 BTS 현상에 주목했다”며 “백인 남성 위주의 기득권 세계를 부수고 메인스트림으로 나아간 그들이 비슷한 환경을 겪고 있는 세계 현대 미술가들을 하나로 모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CONNECT, BTS’는 현대미술가들이 다양성에 대한 긍정 등 방탄소년단이 추구하는 철학을 지지하며 성사된 전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이날 서울로 이어졌다. 초연결사회, 단절과 분열, 치유의 의식, 소통, 새로운 연대 가능성 등 우리 시대의 문제 의식들을 현대 미술 언어로 풀어낸다.
 
강 작가는 이날 개막한 프로젝트 내 ‘Beyond the Scene’이라는 작품에 참여했다. 방탄소년단의 주요한 안무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프로젝션 영상 설치물이다. 이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다양한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을 부르는 별칭)’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눴다. 15세부터 20대, 다양한 직업군, 다인종인 그들 삶의 이야기는 그의 마음마저 휘저었다. 
 
“영어권 국가에서 한국말을 하는 아시아권 남자들이 소통, 교류, 철학으로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영어권 국가에서 소수자 입장으로 살아온 제게도 큰 울림이 됐습니다.”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CONNECT, BTS’ 기자 간담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특정 형태의 한 기관이 독점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 전시의 특이점이다. 전 세계 5개국, 22명 작가들은 자신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수평적으로 쌓아올려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따라서 작품 개별로만 놓고 보면 언뜻 BTS와의 연관성, 통일성이 부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비유적으로 ‘나무보다 숲을 보는 관점’으로 보면 이 전시의 의미는 한층 또렷해진다. 전시를 기획한 이대형 아트 디렉터(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는 “이번 프로젝트의 큰 질문은 결국 단순한 물리적 형태라기 보다는 종합적 경험”이라며 “BTS 현상을 지지하는 이들의 생각과 사상이 뭉친 결과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가 이 전시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표현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강 작가는 “단순히 물리적 결과물을 내는 종전의 협업 개념과는 분명 달랐다”며 “각 국의 철학, 문화, 사상이 24시간 교류되는 초연결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CONNECT, BTS’ 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번 음악, 미술의 조합은 현대 예술의 새 가능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큐레이터와 강 작가는 “특정 기관 주도 아래 진행되던 기존 현대 미술 작업의 탈피이자 자율적으로 이뤄진 커뮤니케이션의 새 가능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BTS 현상’은 미술관 안과 밖의 개념을 부수고 미학과 철학의 가치를 전 세계 24시간 퍼뜨리고 있다. 서울에서 이번 전시가 열리는 와중에도 런던과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 중인 작업물은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든 감상이 가능하다. 이 큐레이터는 “미술, 예술이라는 것이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것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물리적으로 떨어졌지만 가상으로는 연결된 이번 전시는 여전히 타인에게 배타적이고, 분절된 이 시대상에도 큰 울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 직후 둥근 조형물 앞엔 거대 행렬이 늘어섰다. 초록색과 노란색, 핑크색을 번갈아 발열하는 조형물 안은 뿌연 인공 안개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앞 사람 형체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상태로 앞만 보고 걷는다. 이번 서울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작품 ‘그린, 옐로, 핑크’. 이 큐레이터는 “가면 뒤 숨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현대인들을 상징한다”며 “이러한 작가들의 개별 이야기들이 쌓여 결국 BTS 현상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설치물 ‘그린, 옐로, 핑크’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서울 전시는 3월20일까지 진행되며 다음달 4일(현지시간)부터는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가 참여한 미국 전시가 이어진다. 현대 미술, 무용을 아우른 방탄소년단의 최근 행보는 그만큼 그룹의 세계관이 넓어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28일 새벽 12시 35분 (미국 현지시간, 한국 시간 29일 오후 2시 35분) 미국 CBS 인기 심야 토크쇼인 '제임스 코든쇼'에서 그룹은 ‘Black Swan’ 첫 무대를 공개한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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